"도서관 하나가 세상을 바꾸진 못하지만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심어줄 수는 있어요. 군사독재의 나라 미얀마 어린이들에게 바로 그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미얀마에 두 곳의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데 일조했던 염창근(36) 평화도서관 '나무' 관장이 세 번째 도서관 건립 운동을 시작했다. 2010년 12월과 지난해 11월에 이은 시도다. 염씨는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가 없는 미얀마 어린이들에게 배우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현지에 도서관 하나를 세우는 데 드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500여 만원. 염씨는 이번에도 1년에 3차례 정도 여는 바자회 수익금과 40여명의 '나무' 회원들이 내는 기부금을 모아 도서관 건립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그가 모은 돈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교육 운동가들에게 전달돼 도서관 건축비로 쓰이게 된다. 모금이 순조로우면 연말께 세 번째 도서관 개관이 가능할 전망이다.
염씨의 도움으로 미얀마의 시골 마을 바한에 들어선 두 곳의 어린이 도서관 이름은 '지혜의 램프'로 지어졌다. 서가엔 각각 400여권의 어린이 서적과 인쇄물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그가 미얀마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2년 전 '나무' 개관을 즈음해서다. 2002년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한 뒤 반전평화활동에 투신한 그는 취업 대신 '평화'라는 단일 화두를 내건 도서관을 세웠다. 반전운동에 뜻을 함께한 이들이 동참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중엔 미얀마에서 민족운동을 하다 망명한 인권 운동가들도 있었다. "군사 독재와 내전 상황에서 숱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의 처지를 접하고 가만 있을 수 없었어요. 오랜 폭력에 고통 받는 그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미얀마를 직접 찾아간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현실은 더욱 처참했다. "군사 정권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게 되면 자신들에게 대항할 것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교육을 망가뜨렸어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았고 가더라도 군대에 납치되거나 강제 징집돼 자퇴하는 경우가 허다했죠. 아이들이 아무 때고 와서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을 짓기로 한 것도 그래서였죠."
염씨는 "출판의 자유가 없는 미얀마에선 어린이들이 읽을 책과 인쇄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한국 동화책을 미얀마 어로 번역해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어로 번역된 <강아지똥> , <길아저씨 손아저씨> 등 5권의 한국 동화책이 '지혜의 램프'에 꽂혀있다. 길아저씨> 강아지똥>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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