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원수에 추대한 것은 김정은 체제 안정을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공화국 원수'라는 칭호는 김일성·김정일을 잇는 북한의 적통을 상징한다. 리을설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도 원수 계급장을 달고 있지만 일반 지휘관의 최고 직책인 '인민군 원수'와 북한 유일 통치체제의 최고 존엄을 의미하는 '공화국 원수'는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북한은 특히 이날 당과 내각의 4대 주요 권력기관 공동 명의로, 그것도 '중대보도'를 예고하는 이례적인 형식을 통해 김 1위원장의 원수 칭호 소식을 전했다. 주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백두산 혁명핏줄의 우월함을 부각해 김 1위원장의 권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대내용 이벤트였던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군 통수권자가 갖는 상징적인 칭호 수여 절차"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수 칭호는 형식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김 1위원장의 군부 내 위상을 강화하고 권력 장악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 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고사령관에 올랐지만 군 계급은 대장에 불과해 차수 계급인 다른 군 지휘부보다 계급이 낮은 모순이 존재해왔다. 이 같은 모순은 군 경험이 일천하고 군부에 확고한 지지 기반이 없는 것으로 평가 받는 김 1위원장에게 경우에 따라 치명적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 15일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그를 따르는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 신군부 세력이 자칫 동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김 1위원장의 군에 대한 영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원수 칭호를 통해 김 1위원장이 다른 군 수뇌부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각인시키는 것은 군부 내 암투를 미연에 차단하고 반대 세력을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향후 본격적인 군부 재편이나 새로운 정책 발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볼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원수 칭호는 김 1위원장의 군부에 대한 권위를 더욱 높임으로써 군부를 보다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으로 리영호 총참모장 경질에 따른 군부 내 동요가 심상치 않아 이상 기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김정은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또 2010년 9월 김 1위원장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았던 최룡해가 지난 4월 차수로 승진했고 리 총참모장의 후임으로 꼽히는 현영철도 17일 차수가 됐기 때문에 김 1위원장이 더 이상 대장 계급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최룡해와 현영철 모두 김 1위원장의 최측근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1년 12월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후 4개월이 지난 92년 4월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다. 이에 비하면 김 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고사령관에 올랐고 7개월이 지나서야 원수로 추대됐으니 3개월 더 소요된 셈이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 1위원장이라는 당과 국가의 최고 직위를 승계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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