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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남조선 뱃노래' 재출간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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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남조선 뱃노래' 재출간 기자간담회

입력
2012.07.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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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 아버지가 한 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대세다' 이런 말하는 '것'들이 대통령 후보라니. 요즘 정치하는 놈들은 아무 양심이 없어."

시인 김지하(71)씨가 18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남조선 뱃노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두 시간 넘게 정치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 급수를 높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네. 스스로 현명하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게 아주 유치해. 개 똥구멍 같아서 욕밖에 안 나오지." 위로 올라간 짙은 눈썹에 힘까지 주어가며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카랑카랑해졌다.

<남조선 뱃노래> 는 부인인 고 박경리 선생의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가장 아꼈다는 책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마누라야. 까불면 밥을 안 주잖아. 그러면 내 욕 에너지도 다 없어져버리지. 마누라가 내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유일하게 인정해 준 게 이 산문집이요."

옥중에서 쓴 양심선언, 법정 최후진술, 강연회 발언 등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 활동을 벌였던 시절 그의 사상을 오롯이 담은 이 책은 1980년대 중반 처음 나왔다. 그 때 김 시인은 'South Korea'라는 뜻으로 책제목을 '남조선'으로 달자고 주장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남녘땅 뱃노래> 가 되고 말았다. 28년 만에 그가 원했던 제목을 달아 이번에 제대로 나온 것이다.

그는 아침 신문을 보면서 끊임없이 화를 내는 게 일과지만 요즘은 "활동의 중심을 다 미학으로 돌려 버렸다"고 했다. 강원 원주에서 매일 산을 다니며 나무도 비뚤어지고 개울도 시커멓게 더렵혀진 그늘진 곳인 '볼란타'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어원은 알 수 없지만 부처님 자리보다 더 편하다는 게 '볼란타'라는 것이지. 어둡고 고통스러운 곳에서 희망을 찾는 '시김새'(그늘이 깃든 좋은 소리) 같은 것. 죽기 전에 미학 책이나 쓰고 가야지."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는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을 비판했다가 진보 진영의 비난을 받은 뒤 토지문학관이 있는 원주 인근 치악산과 백운산, 대관령 등지를 매일같이 돌아다니며 마음을 달랬다고 털어놓았다. "다리가 부실하니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좀 비싸야지. 마누라 단골 은행에서 빚을 내서 다녔는데 택시비가 500만원이 넘었어."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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