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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장난감 나라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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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장난감 나라의 장난

입력
2012.07.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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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큰 장난감 가게가 생겼다. 현수막이 얼마나 기차게 펄럭여대던지, 게다가 지구상에서 가장 싼 가격을 보장한다는 글귀가 어찌나 끌리던지, 주말에 함께 들러보자고 약속한 동생을 기다릴 새도 없이 다 늦은 저녁 옆구리에 지갑 낀 채 집을 나섰다.

처음 인터넷 고스톱에 빠졌을 때,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피자에 치킨 시켜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화투를 쳐대다 자려고 누웠을 때, 천장 가득 녹색 담요가 깔리던 걸 경험하며 중독이란 단어를 몸소 배웠던 나, 실은 장난감도 마찬가지였다.

내일모레 마흔인 노처녀 가운데 너 같은 취미 가진 사람 또 있을라고. 혀를 쯧쯧 차며 집안 곳곳에 놓인 별별 장난감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엄마는 나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는 눈치였다. 지난 이사 때 와인 깨트리고 가구에 흠집 내는 인부들에게는 괜찮아요, 를 연발하면서 엄지만한 낚시꾼 할아버지 인형에 딸린 검지만한 낚싯대 사라졌다고 이삿짐을 죄다 풀어 찾게 만든 게 내가 아니었던가.

역시나 장난감 나라의 장난감들은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값이 꽤 나갔다. 그래도 사들였다. 아니면 주면 될 조카들이 내게 둘이나 있으니까. 집에 와 동생에게 장난감을 찍어 보냈다. 언니 이거 얼마 줬어? 인터넷 최저가 8만 8,000원인데. 지구상에서 가장 싸다더니 아니 애들 장난감 갖고 장난을 치네. 13만 8,000원이 찍힌 영수증을 냅다 휴지통에 버렸다. 엄마한테 들킬 새라.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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