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기상청 회의실. 정면 벽에 걸린 대형 모니터에는 '기상사업자-기상청 간 소통 간담회'라는 제목이 떠 있었지만 무거운 정적만 흘렀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기상청 측의 예ㆍ특보 관련 법규 설명과 기상정보전달체계 현황 발표 등의 보고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업체대표들은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정권 바뀌면 낙하산으로 자리 옮기면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기상시장 질서를 만들어 달라" "관계법령 정비 등을 위해 기상청에 간담회를 요청한 지가 1년도 넘었다"는 등 기상청 비판 일색이었다.
당초 기상청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측의 '올 여름 기상전망 보고'로 촉발된 '황당한 예보'논란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기상청과 민간예보업체 간) 이슈를 계속 끌고 갈 건지 이쯤에서 덮고 갈 것인지 결정하자"며 휴전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기상청과 업체 간의 오랜 불통과 불신이 곪아 터진 상처로 봐야 한다.
기상청 내부에는 2009년 민간예보 허용 이후 "무책임하고 부정확한 민간 기상정보 때문에 기상청만 여론의 화살을 맞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업체 측은 "우리는 예보가 틀리면 계약이 끊겨서 나 앉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기상청보다 무책임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현행법상에는 출처불명의 예보 자료가 나돌아도 처벌할 수 있는 시행령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기상정보 유통시장은 극도의 무질서 상태다. 민간예보 발전을 기상청이 가로막고 있다는 불평까지 나왔다.
뒤늦게 마련된 양측의 대화 자리지만 예보자료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과, 철 지난 자료사용을 금하는 원론적인 합의를 한 것 외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간담회가 기상서비스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기상청이든 민간예보업체든 국민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이나 이를 위한 양측의 건전한 협력과 경쟁에 대한 구체적 방안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뜩이나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잦고 극한기후가 수시로 찾아오는 이 시기에 정확한 기상예보는 어떤 정보보다 국민에게 중요하다. 이번 사태나 사후 조치를 보자면 기상청이나 민간예보업체가 기상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까지 갈 길은 한참 멀어 보인다.
조원일 사회부 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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