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나!".
성 정체성의 혼돈, 거기서 파생되는 새로운 관계를 그린 뮤지컬 '라 카지'의 1막을 화려하게 닫는 합창이다. 1983년 태어난 이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일상화된 성 정체 문제를 주제로 다뤄 그것을 자연스레 체화시킨다. 본부인과 이혼하고 동성애 클럽을 운영하는 조지, 트랜스젠더의 삶을 택해 그의 부인이 된 앨빈 등 등장 인물들의 수다는 연신 미국식 화법에 길들여진 젊은 관객의 웃음을 끌어낸다. "(정상적으로 결혼하려는)아들을 위해" 상견례 동안만 멀쩡한 부부처럼 보이려는 장년의 동성애 커플이 노심초사 하는 것은 상대가 정계의 거물이기 때문이다.
무대는 사실적 힘으로 차 있다. 클럽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들의 성적인 면보다 그들의 육체가 보여주는 노동, 즉 격렬하면서도 절도 있는 댄스에 내포된 매력을 보여주는 데 연출의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클림트, 로트렉 등의 세기말적 그림을 배경으로 그들이 추는 캉캉춤은 관능적 분위기보다 힘이 앞선다. 동성애라는 코드에 남성적 힘이 숨겨져 있음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트랜스 젠더 가족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리는 1부, 성 정체 혼돈의 의미를 사회적 그물망 속에서 포착한 2부 등 두 가지 무대로 선명히 분리된 구조 덕분에 자칫 난삽해질 수 있는 극의 흐름이 요령 있게 정리됐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지휘하던 여성 지휘자에게는 콧수염이 달려 있다. 가끔 객석을 뒤돌아보며 유머러스하게 인사한다. 브로드웨이 무대의 서울 안착에 가외의 공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1984, 2005, 2010년 공연 때마다 토니상 작품상을 따낸 무대다. 7월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 9월 4일까지.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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