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에서 정겹게 반겨주는 동네 할머니의 모습은 마치 잊었던 고향을 다시 찾은 느낌을 줍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낙산공원 옆 이화동 벽화마을을 찾은 일본 여배우 아미 고바야시(23)씨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서울 내사산 중 하나인 낙산 아래 일제시대 때 지어진 적산가옥 수 백 채가 자리잡은 이화동 벽화마을은 서울 도심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 중 하나다. 그러나 2006년 화가 한젬마씨 등 68명의 예술가가 참여한 ‘낙산 공공 프로젝트’ 가 추진되면서 동네 곳곳이 벽화로 채워졌다. 여기에 최근 TV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평일에도 수 백 명씩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낙후된 동네가 이처럼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03년부터 추진된 재개발 사업을 놓고 최근 주민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화 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2008년 문화재청이 낙산에 자리한 한양 성곽과 이화장 등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당초 12층으로 계획된 재개발 아파트 층수를 5층으로 낮추도록 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마을에서 30년 이상 거주해온 한 주민은 “재개발 아파트 층수가 줄어 24평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주민들이 평균 2억원을 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평당 약 75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보상금을 받고 이곳에서 쫓겨나야 하는데 이게 과연 누굴 위한 재개발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ㆍ재개발 출구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재개발 대신 마을공동체 조성 등을 통한 마을 재생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이미 조합원 136가구 중 약 60가구가 최근 재개발 반대 청원서 서명에 참여하는 등 재개발 지역 지정 해제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최근 집을 수리중인 한 주민은 “노인들이 대다수인 마을 특성상 재개발을 원치 않아도 어떻게 이를 취소할지 행정절차와 방법을 몰라 망설여왔다”며 “그러나 서울시가 최근 재개발 출구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만큼 주민 동의 및 투표 등의 절차를 통해 조합 해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조합이 설립된 후 그 동안 재개발을 위해 투입된 총 20억원대의 매몰비용을 과연 누가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따라서 조합측과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 출구전략이 이뤄지기 위해선 사업비에 대한 구체적인 정산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서울시가 사업비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조합 설립에 동의한 주민 절반의 동의만 있으면 조합 해체가 가능해졌다”며 “하지만 조합 사용 비용에 대한 지원문제는 19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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