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7ㆍ구속)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대선을 전후해 대선자금 조달의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도 이 전 의원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선자금 수사 여부에 대한 관심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16일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 의혹의 골자는 이백순(60)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74)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조성한 3억원을 17대 대선 직후인 2008년 2월 이 전 의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신한은행 경영진의 횡령ㆍ배임 사건 수사 당시 드러난 비자금 15억원 가운데 3억원의 사용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신한은행 직원 박모씨와 송모씨 등의 증언에 따르면 2008년 2월 중순 두 사람은 이 전 행장의 지시로 1억원이 담긴 가방 3개를 마련해 서울 남산자유센터에 간 뒤 한 차량 트렁크에 돈가방을 실었다. 두 사람은 워낙 은밀하게 돈이 마련된 데다 시기가 이 대통령 취임 직전이라 당선축하금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했다. 송씨는 이후 일본 출장 중 회사 선배인 이모씨로부터 "3억원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으니 수습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2010년 수사 당시에도 이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명백한 증거가 나오거나 이 전 행장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재수사는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 사건을 분석할 때 임석(50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이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수사결과 이 전 의원은 2007년 9월 여의도 국회 사무실로 찾아온 임 회장으로부터 "선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3억원을 전달받았다. 동석했던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은 이 전 의원의 지시에 따라 3억원을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로 옮겨 실었다.
두 사건을 비교할 때 신한은행 사건을 실체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대선 전후에 뭉칫돈이 전달됐다는 의혹 외에도, 차 트렁크에 돈을 은밀하게 실어 담았고 액수도 3억원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상황에 밝은 새누리당 인사는 "남산순환도로에서 차가 깜박이를 켜고 멈춰서면 누군가가 트렁크에 돈을 실어줬고, 그 돈이 대선 때 활동자금으로 뿌려진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당시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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