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권력지형도가 거의 완비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 군의 최고 지휘관을 축출한 것은 당과 내각에 이어 군부도 김 1위원장의 친정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북한 군부의 지휘 그룹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상당수 물갈이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 당시 운구차를 호위한 4명의 군부 실세 중 3명은 해임되거나 좌천됐으며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과 현철해 국방위 정치부장 등 군 원로그룹은 2선으로 후퇴했다.
그 중 김 위원장 운구차를 호위한 군부 실세들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에 해임된 리영호 총참모장을 비롯해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은 3월 중순 해임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김영춘 당시 인민무력부장은 정치국 위원으로 밀려났다.
이들 원로 그룹들이 물러난 자리에는 대부분 김 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후견인 격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인사들로 채워졌다.
특히 장 부위원장 최측근인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군 총정치국장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최 총정치국장은 올 4월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이후 리 총참모장과 함께 군부를 통치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군 전체가 김 1위원장-장 부위원장-최 총정치국장 라인의 통제하에 놓일 것이란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김 1위원장의 후원을 등에 업은 장 부위원장의 권력은 더욱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그는 당 행정부장으로 공안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라선 및 황금평 특구 개발을 담당하는 북중 공동지도위원회 북측 위원장도 맡아 외자유치 등 경제 분야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군부마저 장 부위원장이 사실상 장악하게 돼 명실상부한 북한 내 2인자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는 평이 나온다.
물론 김 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중앙위 위원이 조카인 김 1위원장과 남편인 장 부위원장 사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김정은 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딸이란 정통성을 지닌 김경희가 김 1위원장을 대신해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리 총참모장의 해임도 김경희의 의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의 청사진을 그려 나가는데 리영호가 걸림돌이 됐을 수 있기 때문에 고모인 김경희가 총대를 메고 리영호 숙청에 앞장섰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어느 정도 정비된 당과 내각에 이어 가장 영향력이 큰 군 지휘부까지 '김정은의 사람들'이 포진함으로써 북한 정국이 김 1위원장의 1인 체제로 급속 전환하고 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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