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고 싶어요."
세계의 수학영재들이 각축을 벌인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가 종합 1위를 차지하는데 1등 공신인 김동률(15ㆍ서울과학고 1학년)군. 김군은 한국팀의 막내임에도 의젓하게 소감을 말했다.
김군은 사실 서울 배문중 2학년 재학 때인 지난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 최종 선발에서 떨어졌다. 2, 3차 시험에서 금상과 우수상을 받으며 후보 13인에 뽑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때 김군은 어머니 유정재(43)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괜찮아요. 실력을 쌓은 뒤 내년에 더 잘 볼게요."
김군은 1년 후 거짓말처럼 약속을 지켰다. 올 2월 중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서울과학교에 입학한 후 시험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이달 4일부터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처음 참가해 42점 만점에 40점을 받았다. 100개국에서 참가한 548명 중 2위. 1위는 싱가포르 학생에게 돌아갔다.
대표단을 이끈 송용진(인하대 수학과 교수)단장은 "김군이 완벽한 답안을 작성해 사실상 만점인데 채점기준이 바뀌면서 아쉽게 2점이 감점됐다"면서"1위 학생은 4번째 참가이지만 김군은 첫 출전에 2위를 한 것을 볼 때 내년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유씨는 "또래 아이보다 글을 빨리 떼 언어영재인 줄 알았다"고 했다. 네 살 때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을 듣고 부모는 김군과 함께 '숫자놀이'를 시작했다. 김군은 다섯 살 때 "피자 2판을 7명이 먹으려면 한 사람당 7분의 2판씩 나누면 돼요"라 말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김군과 함께 이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문한울(세종과학고 2학년)군을 제외하고 김동효(3학년), 박성진(2학년), 박태환(3학년), 장재원(3학년)군 모두 서울과학고 학생들이다. 한국은 출전한 학생 6명 전원이 고 득점자에게 수여하는 금메달을 받아 수학올림피아드 참가 역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1988년 제29회 호주 시드니 대회부터 25차례 참가했으나 종합 3위(2006, 2007년)가 최고성적이었다. 지난해엔 13위에 그쳤다.
한국의 종합 점수는 209점으로 2위 중국 195점(금5, 동1), 3위 미국 194점(금5, 은1)을 크게 앞섰다. 종합점수는 해당 국가 참가자 6명의 전체 점수를 합해 구한다. 2위를 한 김동률군과 함께 장재원군이 4위, 문한울군이 9위로 한국학생 3명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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