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숫자 8을 좋아하는 건 발음 때문이라고 한다. 8의 중국어 발음은 '빠(八)'인데, '돈을 벌다, 재산을 모으다'라는 뜻을 가진 '파(發ㆍ발음기호로는 fa에 가까운 소리)'와 비슷해서다. 8에 복음(福音)이 담겼다는 믿음은 다양한 세태를 낳았다. 물건값의 끝자리를 8로 매기면 에누리 시비가 적어지기 때문에 상품 가격표도 8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또 연속 8자 자동차 번호판이나, 휴대폰 번호는 엄청난 웃돈에 거래된다는 얘기도 있다.
■ 1998년 이래 중국의 거시경제 운용방향을 대표한 '바오바(保八)정책'에도 은연 중 8에 대한 호감이 작용한다. 물론 연간 경제성장률을 최저 8%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이 정책엔 나름의 분명한 논리가 있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을 감안하고, 도시 지역의 2ㆍ3차 산업에서 연간 1,300만명 내외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선 그 정도 성장은 이뤄내야 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의 신규고용 창출은 실업에 따른 중국의 사회 위기를 막는 마지노선으로 파악돼왔다.
■ 하지만 중국은 2010년을 전후해 이미 고도성장 일변도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려는 모색을 본격화했다. 중국이 지난 3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8%보다 낮은 7.5%로 내려 잡으며 바오바정책 포기를 시사한 것도 이런 변화의 반영인 셈이다. 당시 중국은 바오바정책을 고수하지 않는 대신, 내수와 분배 등 경제구조의 질적 변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 중국이 성장 목표치를 7%대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설마 하는 기대가 컸다. 최근 수년 간 공식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 보다 1~2% 포인트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 2분기 성장률이 실제로 7.6%에 그친 것으로 지난주 밝혀지자 새삼 전 세계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불황 지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히려 2분기 실적을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경기 바닥으로 보고, 하반기 반등을 점치는 분위기도 많다. 3분기 중국 경제의 향방이 주목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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