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도심에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원전 반대 시위가 열렸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등이 주도하는 '사요나라 원전 10만명 집회'는 이날 오후 도쿄 시부야(渋谷)구 요요기 공원에서 열렸는데 주최 측은 17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도쿄에서 열린 탈원전 집회에 4만여명이 참가한 이후 최대 규모로, 일본 시위 사상 최다 인원이 참석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이날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최근 간사이전력 산하 오이 원전 3호기를 재가동한 것을 집중 성토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후쿠시마 사고가 수습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이 원전을 재가동한 정부에 모욕을 당한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제로를 요구하는 1,000만명 서명 운동에 8일로 785만명이 서명했다"며 "서명 일부를 이미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에게 제출했다"고 말했다. 사카모토는 "전기 때문에 아름다운 일본을 망치고,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없다"며 "아이들을 지키고 원전을 없애 일본을 지키자"고 주장했다.
집회 장소인 요요기 공원에는 오전부터 시위자들이 모여 탈원전을 요구하는 구호와 플래카드를 내걸었으며 미니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바다의 날 휴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탈원전 반대 단체가 참석했으며 가족 단위 시위자도 눈에 띄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 소식을 접한 참가자도 많았다. 이들은 시위가 끝난 뒤 오후 2시부터 요요기공원에서 하라주쿠, 시부야, 신주쿠 등으로 시가행진을 했으나 교통 혼잡이나 경찰과의 마찰은 없었다.
시위 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일본에서 대규모 탈원전 시위가 이어지자 일본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월말부터 매주 금요일 도쿄 시내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리는 탈원전시위는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다.
일본 언론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오이 원전 3호기를 재가동한데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다"며 "이달 말 4호기가 가동되면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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