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주 한림읍 귀덕2리에 문을 연 한수풀해녀학교. '해녀사관학교'로 불리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해녀 양성학교다. 이 학교가 28일 총동문회를 갖는다. 이 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임명호(55)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문들이 뭉쳐서 해녀문화를 최고의 해양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각국에서 제주로 입항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에게 이 학교 '강의실'은 필수 코스이고, '강사'들의 숙달된 물질과 이들이 캐 올린 해산물엔 "원더풀"이 쏟아진다. '강의실'은 귀덕2리 마을 포구, '강사'는 이 마을의 해녀들이다.
이 학교는 해녀들의 고령화 등으로 사라지는 제주 해녀를 알리고 이들의문화를 젊은 세대에 전수하기 위해 한림읍과 한림읍주민자치위원회가 일종의 특성화 사업으로 문을 열었다.
임씨는 "지금 추세라면 10~20년 뒤 제주 해녀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전국 각지 각계 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한수풀해녀학교 동문들이 힘을 한 데 모으면 올해엔 제주 해녀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들의 이런 열정에 노모(강두교ㆍ79)도 강사로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그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해녀는 우리나라 말고도 일본에 있긴 한데, 발상지는 제주돕니다. 바다로 둘러 싸인 나라지만 이 만한 게 있을까요?" 탄탄한 역사적 배경도 그렇지만 개교 첫해 30명 정원을 겨우 채웠던 학생 수가 올해 두 배(5기ㆍ60명)가 될 만큼 급증한 학교 인기도 저력이 됐다. 졸업생은 지난해까지 150여명, 올 가을쯤이면 200명을 넘길 전망.
임씨는 "올해 50명만 뽑으려고 했지만 100명 가까운 사람이 지원하는 바람에 10명을 더 뽑았다"며 "20~40대 학생 중에는 대학 교수, 스님, 한의사, 작가, 외국어 방송작가들까지 있는 만큼 이들이 힘을 합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귀덕2리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임씨에 따르면 7월 현재 제주 해녀 수는 4,950명. 1980년대 초(약 2만5,000명)의 5분의 1 수준이고, 70% 이상이 70대로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해녀학교는 5월 첫번째 토요일에 입학식, 8월 마지막 토요일에 졸업식을 한다. 그 사이 매주 토요일에 '강의실'인 바다에서 수업이 진행되는데, 거주지가 제주가 아닌 외지인도 꽤 된다. 임씨는 "졸업생 80%는 수심 5m 이내의 해산물을 캘 수 있는 하군 수준을 갖춘다"며 "간혹 중군(수심 5~10m)들이 나오지만 나머지는 하군 실력도 안 돼 탈락한다"고 설명했다.
동문회를 앞두고 중군, 하군, 탈락자들 할 것 없이 동문들의 가슴도 설렌다. '숨 오래 참기', 소라 성게 전복 등의 '보물 많이 찾기' '납 벨트 차고 수영' 등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해녀식 체육대회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동문, 재학생, 강사, 재학생가족팀 외에도 관광객팀 참여도 허용한다. 임씨는 "'해녀만의 잔치'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해녀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올해 학사일정이 2주 연장됐다. 8월 말이 아닌 9월 둘째 주에 졸업식이 열린다. 9월 6일 제주서 개막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의 각국 참석자 대상으로 홍보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WCC는 지구촌 환경올림픽입니다. 제주 해녀를 세상에 알리는 데 이런 게 또 있을까 싶어 수업을 2주 더하겠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어요."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