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54개국을 회원으로 둔 아프리카연합(AU)의 새 집행위원장에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63) 남아공 내무장관이 선출됐다. 임기는 5년. AU의 사무국 수장이자 실질적 대표인 집행위원장에 여성이 선출된 것은 2001년 AU 출범은 물론, 1963년 전신인 아프리카통일기구(OAU) 설립 이래 처음이다.
들라미니 주마 장관은 15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막한 AU 정상회의에서 가봉 출신인 장 핑 집행위원장과 네 번의 표 대결 끝에 54표 중 37표를 획득, 당선에 필요한 60% 이상을 얻어 승리했다. 두 사람은 1월 말 정상회의에서 경합했다가 양쪽 모두 60% 이상을 얻지 못해 최종 투표를 미뤘다.
들라미니 주마는 남아공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에 맞섰던 민주화 투사 출신이다. 영국에서 학위를 받고 스와질란드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는 넬슨 만델라가 이끈 현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1990년 합법화하자 귀국, 정계에 입문했다. 94년 출범한 만델라 정부에서 보건장관, 타보 음베키 정부에서 외교장관을 역임한 데 이어 전 남편(98년 이혼) 제이콥 주마 대통령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맡아 18년째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AFP통신은 "뛰어난 능력과 엄격한 성품을 갖춘 철의 여인"으로 그를 평가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 남아공은 AU 집행위원장 배출로 외교적 위상이 한층 올라갈 전망이다. 특히 안보 등 현안에서 '아프리카에 의한 아프리카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서구 개입을 가능한 한 차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들라미니 주마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아프리카 내부 분열을 수습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그를 지지하는 남부 영어권과 핑 위원장을 지지하는 서부 프랑스어권이 갈등하면서 AU는 반년 간 집행위원장 공석 사태를 겪었다. OAU 출범 이래 '강대국은 사무국 수장을 맡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진 데 대한 중소국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숙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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