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금메달이 아니야."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무명의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를 꺾고 백악관의 새 주인공으로 등극할 때 일등공신 역할을 한 선거구호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표현을 빗댄 것이다.
태권도는 내년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 잔류여부가 판가름 난다. 하지만 IOC가 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을 현재의 26개에서 1개 종목을 제외할 예정이어서 위기감에 놓여있다.
조정원(65) 세계태권도 연맹(WTF) 총재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 여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신 경기의 공정성과 흥미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방점을 찍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 총재는 이를 위해 "4년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초유의 심판폭행으로 번진 판정 시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전자호구와 즉석 비디오 판독제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전자호구는 발차기 타격 강도(파워치)를 점수로 자동 체크하는 장비로 이번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다. 예를 들어 남자 80㎏급 이상은 파워치가 36점 이상이 돼야 1점을 획득할 수 있어 편파 판정 논란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조 총재는 비디오 판독제에 대해서도 "이전엔 2대를 설치했지만 런던올림픽부터 지상에 5대, 천장에 1대 등 모두 6대의 비디오카메라를 현장에 설치해 경기 종료 후 30초 이내 상대 코치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즉석에서 경기장면을 재생시켜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호구제는 주니어 대회 등을 통해 이미 기술적인 검증을 끝마쳤다"고 자신했다. 조 총재는 이어"태권도는 예의 범절을 최우선으로 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 연맹국에 주지시켰다"며 "심판과 코치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예절교육을 시켰다"고 말했다.
조 총재는 이밖에 "흥미성을 배가시키기 위해 경기장 크기를 베이징 때의 10x10m(가로x세로)에서 8x8m로 줄였다"며 "공격중심으로 경기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내달 8일∼11일까지 경기장에서 하루 네 차례씩 태권도 시범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총재는 특히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잔류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며 "WTF 사상 첫 외국인 사무총장을 선임한 것도 IOC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도 "IOC 내부에서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잔류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흐름이 잡히기 시작했다"며 힘을 실었다.
한편 WTF는 태권도가 런던올림픽에서 불미스런 사고 없이 대회를 마쳐야 IOC가 태권도의 '약점'으로 지적한 글로벌 스폰서 확보와 미디어 노출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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