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자동차회사 푸조 시트로엥의 대규모 감원 계획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취임 전부터 긴축보다 성장을 강조해 온 올랑드 대통령은 푸조의 구조조정을 고용 위주의 현정부 정책에 반하는 대표 사례로 지목하고 감원 계획을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14일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바스티유데이(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대혁명이 시작된 날)를 기념해 가진 TV 인터뷰에서 "정부가 푸조의 감원 계획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정부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푸조의 재정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감원 규모를 줄이고 노동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한 채 해고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개입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고용에 둘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의 구조조정도 문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필립 바랭 푸조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가 요구한 임금 삭감안도 일축했다. 최근 조사에서 프랑스의 시간당 노동 비용은 34.2유로(4만8,000원)로 독일(30.1유로)보다 14%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올랑드 대통령은 "(위기의 원인을) 노동비용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에 이어 유럽 2위의 자동차 생산량을 자랑하는 푸조는 앞서 12일 노동자 8,0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푸조가 고용한 전체 노동자 10만명의 8%에 달한다. 올해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용 및 생산을 줄여 불황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푸조는 자동차 분야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7억유로(9,8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원 계획 발표 시점을 놓고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푸조 경영진은 감원 계획을 올해 초에 수립했으나 발표 시점을 7월로 미뤘는데 일각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대선이 끝난 뒤 발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올랑드 대통령의 발언으로 푸조의 감원 계획이 큰 도전을 받게 됐지만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상 판단(정리해고)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1997년 리오넬 조스팽(사회당) 당시 총리가 르노의 벨기에 공장 폐쇄에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르노는 공장 폐쇄를 강행했고 조스팽은 나중에 "국가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개입의 한계를 토로했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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