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영진에게 "K9(사진) 판매를 늘려라"고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최고급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한데 따른 것이다.
15일 기아차에 따르면 K9은 지난 5월 출시 이후 그 달에 1,500대, 6월 1,700대 등 두 달 동안 3,200대 판매에 그쳤다. 당초 기대대로라면 K9은 월 2,200~2,300대가 팔려야 하는데, 이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는 그 동안 K5, K7등 'K시리즈'들이 모두 큰 성공을 거둔 데다, 국산차 신차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많은 개발비(5,200억원)가 투입된 만큼 K9이 강력한 시장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 회장도 K9의 성능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고, 각계인사들이 참석했던 K9 신차발표회에선 "K9은 정성을 다했고 그런 만큼 잘 팔릴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한때 전용차를 K9으로 바꿔 타고 다니며 '홍보대사'역할까지도 자임했을 만큼, 이 차에 각별한 애정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K9판매 부진이 석 달째 이어지자, 정 회장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경영진에게 판매침체의 이유가 무엇인지, 단순히 내수부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정확환 원인분석과 함께 대응책마련을 요구했으며, "근본적 방법을 강구해 판매량을 대폭 확대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는 출시 초 판매가 집중되는 '신차효과'가 발생하는데, K9의 경우 하루빨리 부진을 털고 '붐'을 형성하지 못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히트를 기대하기는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아차측은 일단 판매부진의 원인을 가격에서 찾고 있다. K9의 판매가격은 5,290만~8,640만원대로 주력모델은 7,500만원선.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에서 애매하게 설정된 가격이 문제다. 제네시스를 사는 사람들이 K9을 타기엔 가격차(2,000만원)가 너무 크고 한 단계 위 레벨에선 돈을 약간 더 주고라도 계속 에쿠스를 타겠다는 심리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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