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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부활한 '공장미술제'/ 폐공장서 꽃핀 젊은 미술, 장항읍에 '새 숨'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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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부활한 '공장미술제'/ 폐공장서 꽃핀 젊은 미술, 장항읍에 '새 숨' 불어넣다

입력
2012.07.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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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3시, 인적이 드문 충남 서천군 장항읍엔 일순 활기가 돌았다. 장맛비를 뚫고 서울에서 3시간이나 걸려 내려온 수백 명의 젊은이가 회색빛 시골마을을 화사하게 물들였기 때문이다.

장항은 일제의 곡물수탈기지에 이어 제련소 덕분에 번창했다가 열차노선이 바뀌면서 이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소 도읍으로 전락한 곳. 서천군은 '선셋장항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며 이 지역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곳에서는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뮤직 페스티벌, 힐링 캠프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중이다.

'제3회 공장미술제'는 이 행사 중 하나. 공장미술제는 1999년과 2000년 경기 이천에서 열린 후 자금난으로 중단됐다가 이번에 부활했다. 화력발전소에서 탈바꿈한 영국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이 그 모델이다.

장항읍 곳곳에 흩어져 있는 미곡창고, 어망공장창고, 금강중공업 공장은 벽이 허물어지고 바닥도 내려앉았지만 그들만의 소중한 무대다. 청년작가 130여 명은 한때 쌀과 어망, 거중기로 가득했던 자리와 기계들을 전시장이자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 이 지역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리모델링이 이뤄진다.

공장미술제에는 전국 28개 대학에서 선정된 재학생과 졸업생 119명과 10개의 대안공간에서 추천한 작가 14명 등 20대부터 30대 초반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이 시각예술의 다양한 장르가 망라된 실험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낡을 대로 낡은 전시장에선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의 단정함을 찾아볼 순 없지만 벽면, 기둥, 외부 벽과 문까지도 캔버스로 활용하는 청년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기지가 돋보인다.

미곡 창고 구석진 공간을 선택한 박승진(28)씨는 영상 작품 '퍼포먼스'(2012)를 선보였다. 광화문, 롯데월드, 한강 등 군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박씨가 직접 SOS(긴급도움요청)를 수신호로 보내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수신호에도 영상 속 사람들의 표정은 평화롭기 이를 데 없다. "모든 사람이 수신호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쳤다"는 박씨는 "이에 빗대어 현대 미술이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의 공장미술제는 비단 도시재생 프로젝트라는 의미만 있지 않다. 공장미술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험적인 청년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청년작가들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올해로 12년 만에 열리는 공장미술제는 이제 매년 장항읍 일대를 찾아간다. 청년작가들이 작가정신을 충분히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도 이 전시가 갖는 의미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술 전시 외에도 14일 밤에는 홍대 인디밴드들 참여하는 클럽 파티도 열어 오랜만에 젊음의 향연도 펼쳤다.

2회 공장미술제에 참여했던 설치미술가 김기라(38)씨는 "그때 함께 전시한 친구들과 지금도 교류한다"면서 "젊은 작가들이 서로 독려하며 함께 성장해나가야 우리 미술계도 한층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천=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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