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공공병원(지방의료원)의 경영개선에 착수한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해온 공공병원의 공공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13일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에 대해 운영진단을 실시한 결과 27개(79.4%)가 지난해 순적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며 "경영 효율성을 높이도록 시도 지자체와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34개 의료원에 매년 1,600억여원을 지원해왔다. 그런데도 부채는 총 5,140억원에 달했다. 지방의료원의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개선이 절실한 중점개선형과 혁신필요형에 각각 6개, 10개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각 지방의료원에 진료과 운영 효율화, 인력 재배치, 성과보상체계 구축 등 경영개선 계획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의 지속적인 존립을 위해서는 경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의 경영 적자가 계속되는 것은 입원환자의 수익성이 낮고(민간병원의 83%), 병원 수익에 비해 인건비가 높으며(민간병원의 157%), 자본 투자액 대비 의료 수익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수익을 높이라는 압박은 결국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행위나 과잉진료를 유도해 공공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팀장은 "컴퓨터단층촬영(CT)만 해도 되는데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찍게 한다거나 6인실 대신 1, 2인실을 늘리고, 선택진료를 받도록 유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익이 낮아도 농어촌 지역에 분만서비스, 응급실 등 민간병원이 투자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공공병원의 목적인 만큼 민간병원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부터 합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방의료원은 진료비를 적게 내는 저소득층 환자에 대한 진료 비중이 높고, 응급실 등 수익성이 낮은 부문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적자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채가 많은 것은 새 장비 구입 때 지자체에서 재정지원을 못 해줘 불가피하게 지방채를 발행하고, 몇 년 전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라고 해 일시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지방의료원은 시설 및 장비의 노후와 부채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료 장비의 최소 표준을 정해 안정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고 부채도 중장기적으로 탕감해줘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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