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수뢰 의혹과 전격적인 사의가 전해진 13일 청와대는 그야말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 로비 관련 수뢰 혐의로 구속된 직후 터져 나온 최측근 비리 의혹이어서 그 충격은 어느 때보다 컸다. 청와대 주변에선 "레임덕(권력 누수) 가속화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김 실장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정운영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남은 임기 7개월 보름 동안 국정을 운영하고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국면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본보 보도를 통해 김 실장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알려진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며 일말의 기대를 갖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 실장이 청와대 복귀 지시도 듣지 않고 이날 오후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하자 청와대 분위기는 실망과 걱정, 참담함으로 바뀌었다. 박정하 대변인은 이날 두 차례 김 실장 관련 브리핑을 가졌지만 "김 실장을 불러 사실 관계를 알아 보기로 했다" "김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등의 기본 사실만 간략하게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이 의혹에 대해 당당하다면 먼저 청와대로 들어와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솔직히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의원 구속으로 내부 분위기가 많이 가라 앉았는데 김 실장 문제까지 겹치니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선 "15년간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깝게 모셔온 김 실장인데 치명적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작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형 구속에 김 실장 비리 의혹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며 "곁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가장 큰 걱정은 잇달아 터져 나오는 친인척 비리로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이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이다. 한 참모는 "두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국정운영 동력이 완전히 소진됐다는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사회에 핵심 국정과제 마무리를 독려하는 게 먹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국면 전환을 위해 당초 이 전 의원 구속 직전부터 검토해 온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의 내용 수위와 시기 선택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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