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KAIST) 총장이 결국 10월 총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KAIST에 따르면 이사회는 전날 서남표 총장 계약해지안을 상정했다. 2월 새 진용을 갖춘 이사회 16명 중 서 총장에게 우호적인 이사는 3명밖에 없어 서 총장의 계약해지는 확정적이다. 20일 임시 이사회에서 계약해지안이 처리되면 서 총장은 9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10월 20일 물러나게 된다.
2006년 7월 취임한 서 총장도 전과목 영어수업, 학점에 따른 차등등록금제, 테뉴어(종신교수) 제도 개선, 학교기부금 확대 등 거침없는 개혁 추진으로 한 때 '대학 개혁의 전도사'로 불렸다. 하지만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교수, 학생과 불화가 심해지며 결국 임기 도중 하차한 전임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서 총장은 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0년 7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4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가 잇달아 자살한 데 이어 올해 또 1명의 학생이 학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사퇴 압박에 몰렸다.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의 모임, 동문회는 학생자살의 원인이 독선에 가까운 그의 학교 운영방식과 관련이 있다며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특히 3월 교수협은 서 총장이 소속 교수의 특허를 가로채기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양측의 갈등은 폭로전과 상호 비방을 넘어 법적 공방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오명 KAIST 이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서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으나 서 총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직접 계약해지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은 13일에도 다시 한번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KAIST 관계자에 따르면 서 총장은 "구차하게 협상하고 거래하느니 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고 밝혔다. KAIST 관계자는 "이사회는 지난 6년 동안 서 총장에게 대학개혁을 위해 소신껏 일하라고 주문했고, 총장은 이를 비판에 휘둘리지 말고 임무를 완수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러플린 전 총장에 이어 매사추세츠공대(MIT) 학과장 출신의 서 총장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KAIST를 개혁하고자 한 실험은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교과부는 총장 위임계약서에 따라 서 총장에게 남은 임기 2년 연봉 8억원(72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대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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