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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쥐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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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쥐덫

입력
2012.07.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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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으레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진다. 올해에도 휴가철을 겨냥한 추리소설이 많이 나왔다.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 자다가 할 수 있으면 최상의 휴가가 될 것이다. 추리소설은 느슨하고 게으른 휴식에 적절한 긴장과 활력을 준다. 감각이 달라서 그런지 요즘 젊은 독자들에게는 일본 현대 추리소설이 대세인 것 같지만, 그래도 고전 추리소설의 인기는 여전하다.

■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1926)이다. 결말의 극적 반전이 이만큼 놀라운 작품은 없었다. 탐정이나 경찰 등 주인공이 범인을 밝혀내는 틀을 깬 이 소설은 크리스티가 여덟 번째로 발표한 초기 작품이다. 발표 직후 뜻밖의 결말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이건 사기다", "독자를 속였다"고 했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상태에서 다시 읽어보면 작가가 많은 단서를 제공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정교한 건축물 같은 그의 소설은 무대에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쥐덫> 이다. 크리스티는 원래 라디오 드라마로 썼던 <눈먼 생쥐 세 마리> 를 1950년에 단편소설로 고쳐 쓴 데 이어 이듬해 희곡으로 다시 개작했다. 연극 <쥐덫> 은 1952년 10월 6일 초연된 뒤 극장만 바뀌었을 뿐 60년째 상연되고 있는 명작이다. 지금도 기네스북에서 세계 최장기 공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지, 영국인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이다.

■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 2월 25일 극단 신협에 의해 초연(연출 전세권)된 이후 간간이 공연되고 있다. 환갑인 올해에는 8월 2일 동숭동 SH아트홀에서 오픈 런(Open-runㆍ폐막일을 정하지 않은 무기한 공연)으로 공연한다. 한 달 동안은 영화보다 싼 6,000원을 받고, 극장도 애거사 크리스티 홍보관으로 꾸민다. 지금까지는 1997년 8월 20일부터 2009년 9월 말까지 12년간 공연된 <용띠 위에 개띠> 가 기록이었다. 오픈 런을 내세운 <쥐덫> 은 이 기록부터 깨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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