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라는 수수께끼/데이비드 하비 지음ㆍ이강국 옮김/창비 발행ㆍ424쪽ㆍ2만8000원
글로벌 불황을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세계 경제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금융자산가들과 경제관료들은 정부가 보존해준 돈으로 가까스로 회생한 이후 바로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파렴치함을 보였다.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 이 시대는 과연 정상인가.
반자본주의 운동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가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자본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보여주며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하비 교수는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온 체제로서는 가장 나은 대안이지만 경제 속에서 99%의 루저들을 양산한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삶을 착취하는지 직시하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착취적인 성장이 인간 그리고 지구 상의 모든 생명에게 자행하는 일들에 대한 도덕적 분노에서 출발하는 열정적인 정치 참여와 함께 끈기와 결심, 인내 그리고 교묘함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치적 집결을 주장했다. 그러고 나서 실제 월스트리트 시위가 터졌다.
원서가 2008년에 나온 이 책은 서브프라임 위기의 태동부터 그 여파, 그리고 각국 정부의 위기 처리 과정을 생생한 필체로 기술했다. 2006년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 같은 구도시 저소득층 지역의 주택차압률이 급등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어떻게 번졌는지를 보여주면서 계속된 경고를 무시한 미국 정치ㆍ경제관료들의 무능과 책임 방기를 비판한다. 세계 자본의 핵심인 미국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영악하게 금융 시스템을 통제해왔는지도 폭로했다.
책은 자본가와 관료들이 위기 때마다 어떤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그 위기를 우회했는지를 조감도처럼 펼쳐 놓았다. 자본가들은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3%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처럼 공간적 장벽을 낮추고 정보기술(IT)을 발전시켰다. 노동력 부족 위기는 저개발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저임금으로 발생한 소비 위축은 신용카드와 대출이라는 방안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의 위기 상황은 이런 대증요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위기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손실을 늘 대중에게 떠넘기는 현재의 자본주의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발생과 신자유주의의 문제점, 월가 점령 시위의 동인 등을 분석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중에서도 손꼽아 추천할만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