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직접 토스터 만든 한 남자의 무모한 모험기
토스터 프로젝트 /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여기 맨손으로 토스터를 만들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행동에 옮긴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철광석을 얻기 위해 채광을 하고, 구리핀을 주조하는 등 총 404개의 부품을 모두 손수 구해 마침내 토스터를 만들어 낸다. 3.94파운드짜리 토스터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무려 1,187.54파운드. 디자이너인 저자는 가장 단순한 토스터기를 골라 분해하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 어쨌든 토스터를 만드는데, 9개월의 대장정은 눈물겨울 정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토스터는 단번에 폭발해 전시용으로 남았다.
저자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의 한 구절('어떤 도움도 없이 홀로 내버려두면 그는 토스터조차 만들 수 없었다. 겨우 샌드위치 정도나 만들 수 있을까')에서 영감을 얻어 이 엄청난 모험을 시작했다. 유머러스한 문체로 기술하고 현장을 포착한 사진을 첨부해 책에 활력이 넘친다. 황성원 옮김. 뜨인돌ㆍ208쪽ㆍ1만 3,000원. 은하수를>
채지은기자 cje@hk.co.kr
인류의 역사는 향신료를 얻기 위한 투쟁
스파이스 / 잭 터너 지음
시나몬, 클로브, 후추. 낫메그, 메이스…. 탐험과 발견, 나아가 세계 재편을 부추겼던 향신료다. 인류의 역사는 뒤집어 말하면 향신료 확보를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말하는 책이다. 신성한 향, 영혼의 식재료, 만병 통치약 등으로 나눠 스파이스를 설명하고 그를 둘러싼 고고학, 종교학, 풍속학 등으로까지 나아간다.
그를 둘러싸고 펼쳐졌던 온갖 건강 비법이 나열된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특효약으로서의 스파이스는 예로부터 신화와 성스런 기록의 단골 메뉴였다. 중세인들은 향료를 휴대하면서까지 전염병 예방에 열심이었다. 사랑의 묘약으로서 스파이스를 둘러싼 사례는 더욱 기발하다. 신분과 부의 과시였던 스파이스는 당연히 금욕주의 성직자들과 격렬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성서와 아랍 문학 등 과거의 각종 문헌을 정밀하게 인용하는 저자는 향신료의 요체를 성욕ㆍ건강ㆍ식욕으로 결론 짓는다. 따비 출판사ㆍ592쪽ㆍ2만5,0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권력의 시녀된 건축은 반대… 양식 혼종된 건축엔 매료
반하는 건축/함성호 지음
시인이자 건축가, 건축평론가인 함성호씨가 인문학적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본 <반하는 건축> 을 펴냈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문학과사회> 에서 시로 등단한 후, 건축전문지 <공간> 에서 건축평론으로 당선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2007년 자신이 설계한 집에 살고 있는 그가 10여 년간 다듬어온 건축이론을 내보였다. 공간> 문학과사회> 반하는>
제목의 '반하다'는 '반대하다'와 '마음이 쏠리다'의 중의적 표현이다. 이같이 양면적인 건축을 1부 '건축, 또 다른 허구의 기호'와 2부 '슈퍼매너리즘의 시대'로 나눠 담았다. 그가 반대하는 건축은 신도시 개발과 거대 기업이 된 종교 건축물로 대표되는 자본과 정치, 종교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건축이다. 반면 그를 매혹하는 건축은 온갖 양식이 혼종된 '슈퍼매너리즘'적 건축이다. 또한 건축가의 역할은 공간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일구어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문예중앙·336쪽·1만5,000원
이인선기자 kelly@hk.co.kr
두 번의 파산… 알코올중독… 나약한 카버 모습 담은 평전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 캐롤 스클레니카 지음
절제된 문체, 간결한 구성, 일상적인 대화로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부흥을 이끈 작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평전이다. 소설가 겸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10여 년에 걸쳐 카버 주변의 인물 수백 명을 인터뷰해 그의 삶을 복원한다. 카버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소규모 잡지와의 인연, 문학적 스승인 존 가드너와 유명 편집자 고든 리시와의 만남, 존 치버 등 일류작가들과의 교류 등 카버 팬들이 반가워할 문학 뒷이야기가 담겼다. 불안정한 결혼생활과 두 번의 파산,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알콜중독 등 굴곡 많은 카버의 삶은 거장이 아닌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900여 쪽 두툼한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당대 평론가들이 카버 작품의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경향)을 강조했지만, 카버의 이야기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가 보통사람들의 삶에 대한 적확하면서도 온기 있는 서술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영범 옮김. 강ㆍ960쪽ㆍ3만8,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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