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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번엔 프로기사들이 반대… 새 바둑회관 건립 또 표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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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번엔 프로기사들이 반대… 새 바둑회관 건립 또 표류 위기

입력
2012.07.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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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 년 간 이런저런 사유로 지지부진했던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이 이번에는 프로 기사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다시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할 것 같다. 한국기원은 10일 허동수 이사장 주재로 상임이사회를 열어 새 바둑회관 건립사업 추진 일정을 가능한 한 늦추고 대신 기존 홍익동회관을 개ㆍ 보수해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한국기원은 당초 올 연말까지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내 문화시설용지 700평을 매입, 내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4년까지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바둑박물관을 겸한 새 바둑회관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토지 매입 및 건물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이 21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반해 한국기원이 보유하고 있는 재원은 종로회관 매각 등으로 마련한 현금 80억원과 현재 사용 중인 홍익동회관, 바둑TV 주식 등을 모두 합해 180억원 가량으로 대충 30억원 가량이 부족하다. 게다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나 건축비 변동에 따라 부담이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어 과연 이 시점에서 새 회관 건립이 현명한 선택인가를 놓고 바둑계 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달 한국기원 소속기사 총회에서는 새 회관 건립 추진 현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대다수 프로 기사들의 의견대로 기원 재산을 몽땅 신축회관에 투입하는 건 너무 위험 부담이 크며,,더욱이 빚까지 져가면서 굳이 새 회관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현재 사용 중인 홍익동회관이 너무 낡고 비좁아 새 바둑회관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며 새 회관이 들어설 내곡지구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아 자산 증식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소수 의견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은 부족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토지 매입을 늦추고 기존 건물 개ㆍ보수 사용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SH공사로부터 내곡동 신축회관 건립 부지 매입은 2014년 말까지 이행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부지 매입 시한을 넘겨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기원의 새 바둑회관 건립사업은 2001년 허동수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3~4년 간 전국 10여개 지역이 회관 건립 부지로 물망에 올랐으나 마띵한 장소가 없어 사업이 진전되지 못하다 2005년 하반기에 현재 위치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새 회관을 짓기로 결정됐다. 당시 이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상태였으나 문화시설인 바둑박물관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서초구가 회관 신축에 필요한 제반 편의를 봐주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6년 2월 내곡동 땅 1,552평을 45억원에 매입키로 계약을 체결했고 서초구로부터 건축허가도 받았다. 한편 땅값을 마련하기 위해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종로회관을 64억원에 매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 회관 건립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잠시 후 뜻밖의 암초에 부딪쳤다. 아직 땅값 잔금도 치르기 전인 6월에 느닷없이 회관 건립 부지 주변지역을 모두 국민임대주택단지 사업 부지에 포함 시킨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이후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가 한국기원은 아무런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2009년 10월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최종 확정됐고 2011년 4월에 SH공사로부터 토지 수용 보상금 66억원을 받았다.

대신 새로 조성될 보금자리주택지구내 문화시설용지 1,352평을 우선 불하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나 당초 그린벨트였던 땅이 대지로 지목이 바뀌면서 땅값이 몇 배가 비싸져 한국기원 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지난 3월 열린 이사회에서 당초 계획의 절반인 700평만 매입해서 회관을 짓기로 결정한 것인데 이마저도 프로기사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계속 추진이 어렵게 된 것이다.

2001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은 지난 10여 년 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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