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올림픽 개막을 앞둔 런던은 올림픽을 세번이나 치르는 도시가 됐다. 국가로 따지면 미국이 네번으로 가장 많지만 도시로 따지면 런던이 최다 개최지다.
지난번 런던올림픽은 1948년 열렸다. 장소는 같지만 경기장 안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운동장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주최측은 전쟁 기간 동안 방공기구를 보관했던 오래된 경륜장을 재사용했다. 조명 설비가 부족해 결승선 앞에는 자동차 전조등을 켰다. 떨어질 무렵 열리는 결승전에서 1등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웸블리 경기장에서는 수영을 하고 나면 미처 물을 빼낼 틈도 없이 권투 경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시설은 물론이고 운영 방식이나 관중 매너 등 모든 것이 어설프고 초라했던 당시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대회 개막을 14일 앞두고 옛 런던올림픽의 향수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작가 이언 싱클레어는 "그때(1948년)는 진정 사람들의 올림픽이었다"고 회고한다. 기업 후원이 활발하지 않던 때라 경기장을 도배하다시피 한 기업 광고판이나 중계권을 따내려는 방송사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에서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대신 관중은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승부의 짜릿함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TV의 보급으로 올림픽이 전세계인의 축제가 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CSM에 따르면 2012년 런던 올림픽 운영 비용은 약 19조원으로 48년 380억원(물가상승률 감안)에 비해 500배 증가했다.
화려함에 따른 부작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가짜 티켓이 판을 치자 주한영국대사관은 트위터에 '가짜 티켓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지난달에는 국가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이 티켓 수천 장을 빼돌려 암시장에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긴급 조사에 나섰다. 일부 하원의원은 후원업체로부터 남자 육상 100m 결승경기 입장권을 공짜로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전세계의 시선이 한 곳에 쏠린다는 점을 이용, 테러리스트들도 올림픽을 노리고 있다. 7일에는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테러 용의자가 런던 올림픽공원 인근을 배회하다 붙잡혔다. 영국은 11일 군병력 3,500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을 포함하면 올림픽에 배치되는 군인이 총 1만7,000명에 달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영국 병력 9,500명이다. 보안은 철저해지겠지만 경기장 안팎 풍경은 한층 살벌해질 전망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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