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 앞에서 건강보험법 개혁안 등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가 야유를 받았다. 11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흑인 인권단체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전국회의에서다.
롬니 후보는 이날 25분 동안 연설하면서 세번의 야유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법 개혁안 폐기 주장을 폈을 때는 10초 이상 야유가 이어져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를 늘리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을 때도 야유가 나왔고 "흑인 사회를 더 낫게 만들 대통령이 바로 여기 있다"며 자신을 가리킬 때는 청중 사이에서 누군가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롬니 후보가 흑인의 높은 실업률과 적은 재산을 언급한 뒤 "미국인을 가난으로부터 구하겠다"며 '경제 대통령'의 포부를 밝혔을 때 답례로 돌아온 것은 미지근한 박수였다. 로이터통신은 "청중은 롬니 후보의 연설 내용이 아니라 롬니 후보가 용감하게도 그 자리에 섰다는데 박수를 보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냉랭한 반응은 예상했던 결과다. 롬니 후보가 작정한 듯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청중의 반감을 더 부추겼다. NAACP 회원 잰 존슨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과 건보법에 이러쿵저러쿵하기보다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라"며 일갈했다. 하지만 롬니 진영은 "경제 살리기를 강조한 이번 연설이 오바마 대통령에 실망한 부동층 흑인 유권자에게 호소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연설이 청중이 아닌 부동층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롬니 진영의 한 외부 조언자는 "롬니가 백인만이 아닌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마크 존스 라이스대 정치학 학장 역시 "롬니가 NAACP 앞에 서지 않았다면 부동층 유권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줬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흑인 유권자의 오바마 지지는 확고부동하다. 이달 초 퀴니피악대의 설문 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의 오바마 지지율은 92%로 롬니 지지율 2%를 압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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