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억원을 들여 매입한 교육관 건물을 10년 뒤 매각해 전액 한국교회와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지금부터 10년 동안 성도들과 잘 협의하여 교회를 해체하는 작업을 하겠습니다. 교인 절반이나 4분의 3 정도가 교회를 떠나 약한 교회로 파송되면 좋겠습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51) 목사가 지난 1일 주일예배 설교시간에 내놓은'대형교회 포기 선언'이 교단에 참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대형교회들이 교회 건축이나 재정 비리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뭄 끝의 단비'로 여겨진다. 분당우리교회는 2002년 고(故)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의 제자인 이 목사가 개척했다. 자체 교회 본당도 없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송림고교 강당과 체육관을 빌려 쓰고 있지만 매주 2만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다.
이 목사의 이 같은 파격적인 선언에 많은 교회 관계자와 일반인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미래목회포럼 회장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의미가 있고, 환영할 만한 발언"이라며 "대형교회는 정답이 아니다. 많은 대형교회들이 이런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목사는 이 같은 반응에 당황하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제 설교는 한국교회를 향한 성명서 발표가 아니라 설교이자 개인의 신앙고백이었고, 교회 방향성에 대한 하나의 선언이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650억원 상당의) 교육관의 사회 환원이 포인트가 아니라, 교육관을 매입한 지 6개월 만에 포화상태가 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내 교회만 살찌우지 않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담은 메시지로 받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두려운 것은 한국교회를 위한다고 한 일이 오히려 한국교회에 누를 끼치게 될까 하는 마음"이라고 겸손해했다.
일각에서 10년 후 교육관 매각과 교인 줄이기를 시작하지 말고 빨리 할 것을 주문하자 이 목사는 "10년을 기다렸다가 시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부터 10년을 목표로 완성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또 2008년 9월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61) 목사는 출석 교인 숫자가 5,000명이 넘어서자 교회를 4개로 나누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2001년 10월 서울 숭의여대 강당을 빌려 시작한 높은뜻숭의교회는 교인이 늘어나 예배 공간이 부족하자 교회를 높은뜻광성교회, 높은뜻하늘교회, 높은뜻정의교회, 높은뜻푸른교회 등 4개로 나눴다.
재적 신자 1만3,000명 규모에 '분당 신도시 1호 교회'인 분당중앙교회(담임 최종천 목사)도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분당중앙교회 당회는 올 1월 교회 본당과 교육관 임대보증금 및 교역자 사택 등을 제외한 교회의 유일 가용재산인 분당구 서현동 부지2만391㎡(200억원 상당)를 조건없이 기부하기로 결의했다. 분당중앙교회 이송배 장로는 "교회 부지가 매각되면 캄보디아 바탐방 종합병원 설립과 제3세계 한국유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교회가 일단 대형화한 뒤에 교회 몸집을 줄이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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