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에 걸쳐 자신의 처를 비롯해 동생과 처남 등을 살해하고 20억여원의 사망보험금을 타낸 조직폭력배 출신 박모(46)씨 사건은 큰 충격을 남겼다. 박씨는 총 8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가족을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냈다. 동생과 처남의 보험은 서명을 대필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보험사기와 연관된 범죄가 갈수록 흉악해지고 보험료 증가로 이어지자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타인의 사망보험 가입 시 보험사의 피보험자 추가 확인절차 도입 ▦허위ㆍ과장 보험금청구 방지 ▦자살에 대한 보험사의 무보장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보험사기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타인 명의로 사망보험 가입 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서만 요구하는 현재 방식을 보험사가 전화 및 대면을 통해 재확인토록 했다. 홀인원보험, 휴대폰 분실ㆍ도난보험, 퇴원축하금 지급 보험 등 사기를 조장하거나 과잉치료, 장기입원을 유발할 수 있는 상품은 보험사가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단기간 내 많은 보험에 집중 가입하거나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하는 계약자에 대한 심사도 강화된다. 허위ㆍ부당청구 병원 등에 대한 사기 관련 정보도 기관 및 보험사 간에 공유되며,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는 등록을 취소해 다시는 관련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는 또 지금까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을 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던 보험의 무보장 기간을 3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정지원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은 "향후에는 자살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