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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의 바람 앞에 선 바람계곡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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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의 바람 앞에 선 바람계곡 아이들

입력
2012.07.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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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KKH)'는 1978년 완성됐다. 1966년 양국 정부가 합작해 첫 삽을 뜬지 10여년 만이다. 그리고 1982년 아찔한 고갯길에 가로막혀 오랜 세월 베일에 싸였던 훈자(Hunza)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KKH 끝에 위치한 이 마을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배경 무대다.

훈자 마을은 세계 3대 장수마을로 꼽힌다. 마을 사람들은 빙하가 녹은 '훈자 워터'가 장수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길을 타고 밀려들어온 현대문명은 이곳 아이들의 입맛을 벌써 사로잡았다. 아이들은 훈자 워터보다 콜라를 더 좋아한다. 13일 저녁 6시 50분 EBS '세계의 아이들'은 바람 계곡에 사는 훈자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훈자 마을의 아이들은 영어 박사다. 파키스탄어와 이슬람 종교 수업을 빼면 모든 과목을 영어로 배운다. 영어로 쓰인 수학, 과학의 전문용어도 척척 잘 알아듣는다. 영국 교과서를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또랑또랑, 햇빛에 반짝이는 빙하처럼 맑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공놀이다. 사방을 둘러싼 절벽 탓에 공놀이 할 곳을 찾기가 어렵고, 공을 차도 이러 저리 빠지기 일쑤다. 공놀이 시간보다 공을 찾는 시간이 더 많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그런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멎었다. 코흘리개 꼬마를 포함한 동네 아이들 모두가 방앗간 앞에 모여 웅성웅성 댄다. 공이 방앗간 아래 수로에 빠진 탓이다. 몸이 작은 아이만 들어갈 수 있는 좁고 어두운 수로. 바람 계곡의 아이들은 다시 공놀이를 할 수 있을까.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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