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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섹스빈도-자궁경부암, 단정하기엔 섣부른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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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섹스빈도-자궁경부암, 단정하기엔 섣부른 '함수관계'

입력
2012.07.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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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인 여성 10명 중 8명(85.3%)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지 않았다. 심지어 10명 중 3명(30.5%)은 자궁경부암 백신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 5월 전국 17~4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그런데 출시된 지 5년인데도 접종률이 이렇게 낮다. 꼭 맞아야 하는 필수 예방접종이 아닌 데다 비용도 비싼 이유가 크다. 한 번 맞는데 15만원 안팎이고, 총 3회 접종이다. 전문의들은 성관계가 많거나 나이 든 여성만 걸리는 병이라는 오해도 예방접종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궁경부암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본다.

성관계 횟수가 중요하다?

자궁경부암 위험은 첫 성경험 직후부터 시작된다. 성관계를 갖는 순간부터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들어올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학계는 여성이 처음 성경험을 한 뒤 2, 3년 안에 HPV에 감염될 확률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생 동안 감염될 확률은 80%까지 늘어난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이면 횟수와 관계 없이 누구나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 있다는 소리다.

다만 성관계가 감염의 매개인 만큼 확률적으로 성관계 횟수가 많을수록, 성관계 맺는 남성이 여럿일수록 고위험 HPV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의 생식기에 감염되는 HPV는 지금까지 40~50가지가 알려져 있다. 그 중 실제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발견되는 HPV의 약 70%가 16형과 18형이다. 이들이 다른 HPV 유형보다 암을 일으킬 위험이 더 높은 것이다. 학계에 따르면 HPV에 노출된 여성의 절반 정도가 고위험 HPV에 감염될 수 있다.

중년 여성이 더 위험하다?

대개 젊은 여성이 중년 여성보다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이 낮고, 설사 걸려도 생존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유럽에선 성인 여성의 HPV 감염이 20대에서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국내에선 자궁경부암 유형 중 편평세포암은 다소 줄었지만, 선암은 감소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일반적으로 선암은 중년보다 젊은 여성에서 더 흔하고, 자궁경부 안쪽에 생기기 때문에 검사로 발견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자궁경부 바깥쪽에 발생하는 편평세포암은 조기발견이 비교적 쉬워 재발률과 사망률이 선암보다 낮다. 암 조직의 형태나 성질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젊다고 안심하기보다 정기검진과 예방접종을 꼼꼼히 챙기라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발병 사실을 놓쳐 치료가 늦어지면 생존율은 크게 떨어진다.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10년 사이 12.5%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한참 진행된 침윤성 암을 말한다. 자궁경부 표면은 10~14개의 상피세포 층으로 이뤄져 있다. HPV가 이 상피세포층으로 침투해 들어가면 세포 하나하나가 암세포로 변하기 시작한다(상피세포 이형증). HPV가 얼마나 침투했느냐에 따라 이형증은 1, 2, 3단계로 구분하는데, 가장 침투가 심한 3단계가 상피내암(0기 자궁경부암)이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상피내암은 10년 사이 오히려 1.9배 가량 늘었다.

상피내암을 일으킨 HPV가 상피세포층 안쪽에 있는 기저막까지 뚫고 들어가는 경우가 침윤성 자궁경부암이다. 스스로 증식하며 이동하는 암의 성질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허수영 교수는 "HPV 감염 후 이형증까지는 5, 6년, 이형증에서 암까지는 10년 정도가 걸린다"며 "이형증 단계에서도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성관계 때 질 출혈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피내암은 엄밀히 말해 아직 본격적인 암은 아니다. 허 교수는 "상피내암은 병이 생긴 부위를 아이스크림 콘(원추) 모양으로 잘라내는 수술(원추절제술)로도 대부분 치료되지만, 침윤성 암으로 발전하면 자궁경부를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두 번은 안 걸린다?

HPV에 감염됐다고 해서 다 암이 생기는 건 아니다. 감염된 10명 중 9명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 이형증으로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세포면역 체계가 잘 작동하는 덕분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백혈구의 하나인 임파구(림프구)가 감염된 세포를 공격해 바로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크게 세포면역과 항체면역으로 돌아간다. 보통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항체면역 체계가 알아채고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 항체는 몸에 남아 있다가 다음에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한다. 한번 걸린 병에 다시 걸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HPV에 대항하는 항체는 다음 감염을 막을 만큼 충분히 생기지 않는다. HPV에 대해선 세포면역에 비해 항체면역이 미약하단 의미다. 그래서 한번 감염품?회복됐어도 또 걸릴 수 있다. 결국 지속적이고 충분한 면역체계를 갖추려면 백신을 맞는 게 좋다. 허 교수는 "성경험이 없는 청소년기에 하는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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