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원내지도부가 11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것은 그만큼 사태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국회 정론관을 찾은 이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갈망하는 쇄신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데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부결 직후 황우여 대표와 상의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황 대표가 만류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완강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 시간에 충북 청주를 방문하고 있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통화했다고 한다.
'의원 특권 버리기'는 이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취임한 직후부터 공을 들여온 국회 쇄신의 중요한 테마였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국회가 진정 변화의 길을 가느냐, 여전히 특권층으로 인식되느냐의 역사적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며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를 강하게 주문했었다.
하지만 이날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공든 탑'은 황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찬성표가 새누리당 의원의 절반도 안 된다"며 "이렇게 찬성표가 적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는데 새누리당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되면서 새누리당이 고스란히 덤터기를 쓰게 된 모양새도 좋지 않다.
12월 대선 가도에 불어 닥칠 수 있는 역풍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가 본격적인 대선 운동에 돌입한 박 전 위원장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박 전 위원장에게 돌리는 등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한구 원내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원내대표 측에 '이번 일은 원내지도부가 사퇴할 일이 아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원내대표의 사퇴가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3일 열릴 의총도 원내지도부의 총사퇴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사실상 이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밤 열린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원내 대표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오늘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구하기 위해 반대표를 던진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런 차원에서 우리 당의 원내 대표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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