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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근혜의 '행복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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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근혜의 '행복 정치'

입력
2012.07.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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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야드는 일찍이 '행복 정치(The Politics of Happiness)'가 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성장과 복지 증진에도 불구하고 영국 등 많은 나라의 국민 행복지수는 위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과 경쟁 이데올로기에 몰두,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고 낙오하는 국민이 늘면서 사회가 병들었다는 진단이었다. 그는'현실의 행복을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치유책으로 제시했다.

■ 레이야드는 2005년 저서 <행복: 신과학의 교훈> 에서 인지심리학 등을 토대로 물질적 소득보다 정신 건강과 인간관계, 사회와 정부의 신뢰 등이 개인의 총체적 행복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표방한 19세기 공리주의 철학을 새롭게 되살려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돌보는 것을 시대의 철학, 정부와 개인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 즈음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78개국 가운데 40위였다. 비슷한 '가치지수'도 97개국 중 58위로 나타났다. 이때까지도 소득에 비해 유난히 낮은 행복지수를 걱정하기보다, 히말라야 소국 부탄의 국민 행복감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여기지 않았나 싶다. '부자 되세요'가 친숙한 사회였다. 그러다 영미 금융경제의 파탄으로 비롯된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행복 정치는 세계 정치의 새로운 유행, 트렌드가 됐다. 유엔도 4월 '세계 행복 보고서'를 내놓았다.

■ 박근혜의 대선 출사표도 행복 정치가 주제다. 오천만 국민행복 플랜, 국민행복 청사진, 국민행복의 꿈 등 그야말로 '행복 가득'이다. 그게 대세이고, 고상한 목표다. 다만 레이야드 등이 필수조건으로 지적한 소득세 인상 등 뚜렷한 조세정책 공약이 없는 게 두드러진다.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 대타협을 추진하겠다지만, 어느 시대 어떤 나라든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 민란에 더러 내전까지 겪었다. 박 후보가 뭘 갖고 어찌 싸울지 못내 궁금하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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