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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필요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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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필요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입력
2012.07.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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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밀실처리'논란으로 국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공식명칭은 군사정보포괄보안협정(GSOMIA)의 약칭이다. 이 협정은 본래 미국이 자국의 군사기밀 해외유출방지 및 협약국과의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세계 65개국과 협정을 체결하면서 보편화된 국가간 협약이다.

이들 협정은 1971년 7월 닉슨행정부 당시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가 기안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국가안보결정지시각서'(NSDM-119)가 미국의 군사기밀을 외국정부나 국제기구에 제공할 때 따라야할 기본 지침을 정한데 따른 것이다.

'밀실처리'에 덧붙여 '졸속처리'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미국과 일본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정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2007년 8월 도쿄에서 양국간 협정체결 당시 토마스 쉬퍼 주일 미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20년을 끌어 온 협상과정을 회고한 것을 보면 일본 국민의 평화주의 정서가 협정의 조기체결을 지연시켜 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2003년부터 재협상을 시작한 미일 양국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 해상자위대 장교의 이지함 레이더시스템에 관한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결국 협정체결의 촉진제가 되었다. 여기서의 시사점은 일본 정부의 정무적 판단의 신중함이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전쟁과 무력'을 포기하는 평화헌법(제9조)하에서 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반하는 협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그 같은 정무적인 상황고려가 결여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한일과거사문제, 독도문제 등 사사건건 일본과의 대립으로 국민감정이 비등해 있는 현 시점에서 다른 분야도 아닌 군사협력을 시도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밖에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내부에서도 권력지형이 바뀌고 투표를 의식해 몸을 사리는 형국으로 처음부터 정치권의 지지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가안보상 꼭 필요한 것이라면 굳이 대외노출이 불가피한 정부간 협정의 형식으로 할 필요도 없었다. 즉,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관련 기관간의 약정이나 교환각서, 양해각서(MOU), 합의각서(MOA) 등을 통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협정을 체결했든, 약정을 체결했든, 상대국의 선의를 기대해야하는 것이 조약법 특유의 특수성이다. 국제법은 국내법체계와 달라 원칙적으로 강제이행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국가대전략 차원에서 한국이 중진국으로서 비록 미국의 동맹국이긴 하나 동북아에서 신냉전체제를 조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소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포위피해의식'이다. 중국은 1950년대 중·소 분쟁 이후, 회교권 중앙아시아국가와 인도·베트남을 잇는 소련의 포위망에다, 대만과 동북아의 한·미·일 등 적대세력에 둘러싸여 있다는 강박관념을 늘 가져왔다.

오늘날 G-2시대 미국의 아시아회귀 전략은 가뜩이나 포위강박증이 심한 중국으로부터 또 다른 경계와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중국 관변언론 논조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태국, 필리핀, 베트남에서 과거의 군사기지 부활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중국 포위전선을 확대해 가는 마당에 한미일의 군사적 결속을 강화해 나가는 모양새는 작금의 한반도 긴장상황에 플러스 요소가 아님은 분명하다.

요컨대, 역내에서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역할은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완충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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