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0℃ 인터뷰] 영화배우 도전 '가요계 큰손' 박진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0℃ 인터뷰] 영화배우 도전 '가요계 큰손' 박진영

입력
2012.07.11 11:20
0 0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히는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박진영(40). 월드스타 비의 스승이자 god, 원더걸스, 2PM, 2AM, 미쓰에이 등을 배출한 가요계의 '큰손'인 그가 올해로 JYP 경영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했다. 진정한 '딴따라'가 되기 위해 배우 겸업도 선언했다.

박진영의 연기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 '드림하이' 시즌 1, 2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이번엔 주인공이다. 19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그는 로비자금 500만 달러를 배달하던 중 쫓기는 신세가 된 대기업 엘리트 부장 최영인을 연기했다. 그는 고 공옥진 선생의 공연을 보고 "노래와 연기가 똑 같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연예기획사 수장, 가수 및 작곡가 겸 프로듀서, 레스토랑 사장, 헤드폰 디자이너 등도 모자라 연기는 물론 영화 제작에까지 뛰어든 '영원한 딴따라' 박진영을 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왜 연기를 하려고 하나.

"공옥진 선생이 10년 전 대학로에서 '심청전'을 하셨을 때다. 내 돈 주고 사서 관람한 유일한 소극장 공연이다. 그때 깨달았다. 노래와 연기가 똑같은 거라는 사실을. 진짜 저게 딴따라다 싶었다. 그런 분들과 항상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백남봉 남보원 같은 분들."

-첫 영화인데 바로 주연이다. 무리 아닌가.

"제안이 들어왔으니까. 작은 배역이 들어왔다면 작은 배역을 했겠지. 천성일 작가가 나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다고 했다."

-드라마 '드림하이'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그때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안 했나.

"평생 배우가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드림하이'는 내가 제작했으니 출연한 거지 그때만 해도 심각하게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영화 전체를 평하자면 75점이다. 부분 부분 100점짜리도 있고 20점짜리도 있다. 절반 이상은 만족한다.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것은 자신 있지만, 내 앞에 배우가 없는데 카메라 옆 스티커를 보며 그 배우가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건 아직 어렵다. 자기최면뿐만 아니라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면서 절망했다. 영하 18도에서 30, 40명이 발을 동동 구르는데 같은 장면을 20, 30번씩 찍고 있으니 미안해서 연기가 더 안 되더라."

-재미있던가.

"재미있다. 아주 재미있다. 노래할 때의 쾌감과 똑같다. 영화는 길어서 더 재미있고 음악은 멜로디, 춤, 관객이 있어서 더 재미있다. 4분 집중하는 게 100분으로 늘어난 거다."

-주연 데뷔를 관객들은 어떻게 볼까.

"이건 꼭 써달라. 너그럽게 봐줘야 한다.(웃음) 처음 하는 사람인데 장면 별로 연기를 뜯어 보면 안 되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나 자신이 복합적인 사람이니까 여러 캐릭터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같은 배우. 똑똑할 때도 있고 바보 같을 때도 있고 날라리일 때도 있는 배우 말이다. 진짜 해보고 싶은 건 영화 '총알 탄 사나이'의 주연배우 레슬리 닐슨 같은 역할이다. 사람들 웃기는 게 너무 재미있다. 다음 영화는 기회가 되면 독립영화를 하고 싶다. 미래의 대가를 만나서 창의력을 흡수하고 싶다."

-사실상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이고 해외 프로젝트도 많은데 앞으로 또 영화에 서너 달씩 묶여 있을 수 있겠나.

"10년 전이라면 못 한다. 그런데 내가 운이 좋은 놈이라는 게, 나를 따라다니는 밴이 한대 있다. 거기서 녹음도 하고 작곡, 화상회의, 이메일 확인 등이 다 된다. 디지털 세상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하루 종일 꽉 짜인 일과를 보내는 게 힘들진 않나.

"내가 의지력이 강해서가 아니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짜릿함은 지구상의 어떤 마약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내 자유를 저금하는 거다."

-가족도 직원도 그렇게 맞춰서 살기 바라나.

"난 항상 게으른 사람과 사귄다. 그런데 그 사람을 보는 게 내겐 치유다. 직원들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무언가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의지력도 좀 약하고. 잔소리도 하고 혼도 내지만 속으로는 약간 예뻐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재능 중 갖고 싶은 것이 있나.

"따뜻한 것, 겸손한 것, 다음에 여유 있는 것. 한 10년 전부터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였다. 과거 케이블 방송에 내가 출연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가 너무 못됐더라. 이젠 조금 나아진 것 같다. 겸손한 것도 진짜 많이 나아진 거다. 옛날에는 제가 잘나서 다 한 줄 알았다. 여유만 좀 생기면 좋겠다. 못 보고 지나치는 게 너무 많다."

1994년 '날 떠나지 마'로 화려하게 데뷔한 박진영의 꿈은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 20억원이 목표였는데 그걸 3년 만에 벌었다. JYP를 세웠고 스타 제작자가 됐다. 17년간 오전 8시에 기상해 정해진 식단과 시간표에 따라 1분도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가수로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가요계의 '애플'을 꿈꾸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난 15년간 여행 한 번 간 적이 없다는 그는 한편으로는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낭만주의자이자 절대자의 존재를 찾는 구도자였다.

-40대라도 20대 가수처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언제까지 가능할 것 같나.

"농구할 때 보면 내 체력이 아직까진 20대들과 같다. 버나드 쇼가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고 했다. 내가 버나드 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럼 주지 마'라는 거다. 20대의 체력을 40대까지 끌고 올 수 있다면 경험과 지혜를 붙여서 못할 일이 없을 거다."

-SM의 이수만과 YG의 양현석은 제작자로서 사업적 측면에 더 신경 쓴다. 노래에서 연기까지 직접 나서는 이유는.

"2008년에 대표자리를 이미 넘겼다. 내가 1대 주주로 남은 건 (다른 주주들의 뜻에 휘둘리지 않고)돈 못 벌어도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을 지키기 위해서다. 회사도 내가 창작에 관한 일과 인재육성에 전념할 때 더 잘 된다."

-뉴욕에 레스토랑도 내고 헤드폰 디자인, 스포츠 브랜드와 제휴 등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많은데 가수라는 본업에 집중이 되나.

"중요한 건 좋은 팀이 있어야 하고, 이 모든 일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는 것이다. 18년 동안 1위곡을 쓰는 작곡가는 없다. 유일한 이유는 내가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제가 쓴 곡 중 KBS '가요톱텐'에서 최근 음원차트까지 주간 1위를 한 게 46곡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운이 좋았던 거겠고, 두 번째로는 내가 꾸준히 무대에 서고 연기하고 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가 건강이 받쳐준 덕분이다."

-작곡한 게 500곡인데 저작권 수입이 얼마나 되나.

"500곡 치고도 저작권 수입이 많은 편이다. '날 떠나지마' '너의 뒤에서' '그녀는 예뻤다' '허니'가 모두 나온 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요즘 준 히트곡만큼 저작권료가 나온다. 저작권 수입은 늘 나가는 대출 이자와 거의 똑같아서 통장 잔액은 마이너스다. JYP의 1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려면 투자를 받을 때마다 대출을 받아 돈을 넣어야 하니까."

-소속 가수들을 뽑는 기준은 뭔가.

"재능이 아니라 사람됨이다. 미친 거지. 마음씨가 예쁘고 겸손하고 착한 것. 그런 게 내겐 같이 일하고 싶은 이유가 된다. god와 비 때부터 계속 그랬다. 여우 같은 짓 못하고 곰 같은 애들만 예뻐한다."

-원더걸스는 미국 가서 고생도 많이 하고 '실패'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도전을 할 땐 기회가 온 것 중 제일 어려운 것부터 한다. 내가 판단해야 할 것은 승산이 50%가 되느냐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 자체로 성공한 거다. 결과는 실패였다 해도 그 사이에 배운 것을 생각하면 성공이다. 원더걸스 멤버들의 인격적인 성숙과 지혜, 노하우들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도 않고 '옛날보다 돈을 못 벌었어' '인기가 떨어졌어' 하는 이야기들만 한다. 멤버들도 처음엔 안 그랬지만 이젠 돈과 인기에 절절 매지 않는다. 그게 멋있다."

-정부의 K팝 지원 정책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원 방식은 그때그때 다르다. 중요한 건 어떤 핫라인이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내 불만은 정치 세력 중에 대중문화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굉장히 '아트-프렌들리(art-friendly)'하다. 한국은 진보든 보수든 이쪽에 관심이 없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그들이 청와대에 들어가도 진전이 없는 거다. 자신이 문화를 즐기지도 않으면서 정책만 세우려 한다."

-가수, 프로듀서, 사업가로 이미 성공했는데 왜 정상에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는가.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회사에선 직원들도 나를 '박진영씨'라고 부르고 가수들은 '형' '오빠', 어린 친구들은 'PD님'이라 부른다. 聆?사람들이 어떻게든 나를 만만하게 봤으면 좋겠다. '우와, 박진영씨!'보다는 '에이, 박진영씨!' 하는 게 좋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져서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 내가 스스로 못생겼다고 놀려서라도 내려가고 싶은 거다. 지금도 집은 전세로 살고 차는 렌터카를 몬다. 손목시계도 없다."

-가수 시작할 때 꿈은 돈 많이 버는 것 아니었나.

"많은 돈이 아니라 딱 20억원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줄 알았지. 지금 내가 부자라고 하지만 그 재산은 내가 팔 수 있는 게 아니고 (물질적으론)아무런 의미가 없다. 1대 주주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니까."

-이혼 후 혼자인데 재혼 계획은.

"나는 사랑에 대한 엄청난 환상이 있다. 첫눈에 서로 반해서 영원히 깨지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 반하진 않더라도 끌리는 느낌이 서로 있어야 한다. 끝까지 가슴 설레는 사랑 말이다. 그래서 그 밑으로 타협할 마음이 없다. 절대로. 혼자 살면 살았지.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 더 그렇다. 그때도 거의 비슷했다."

-영화 주연까지 했는데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거다. 경영과 비즈니스 부분을 내 인생에서 빼고 창작에 집중하는 거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고경석기자

■ 스타 작곡가 박진영과 표절 논란

박진영은 재능 있는 가수이자 뛰어난 작곡가다. '허니' '그녀는 예뻤다' 등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원더걸스의 '텔미', god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2PM의 '10점 만점에 10점',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 등 차트 정상에 오른 곡만 수십 곡이다.

스타 작곡가인 그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은 '표절 논란'이다. 저작권 개념이 정립돼있지 않던 90년대엔 해외 음악을 샘플링해 사용하다 뒤늦게 문제가 돼 저작권 자체를 뺏기기도 했다. 그는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아주 비극적 사건인데 마치 내가 도둑질을 하다가 걸려서 빼앗긴 것처럼 포장이 됐다"며 씁쓸해 했다.

표절 문제로 법원까지 간 건 아이유가 부른 '섬데이'가 처음이었다. 박진영은 '내 남자에게'를 작곡한 김신일씨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해 올 초 패소 판결을 받았다. '고의성과 관계 없이 후렴구 4마디가 현저히 유사하다'는 이유였다.

예민한 주제인 탓에 박진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내가 들어도 거의 똑같다는 사실은 인정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 곡을 베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대중음악의 90% 이상은 6개의 코드로 만들어지는데 매년 수많은 곡들이 누적되다 보면 정해진 화성 속에서 비슷한 곡이 나올 확률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진영은 "이번 재판이 앞으로 있을 수많은 재판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고의성이 강력하게 보일 때 적용해야 합니다. 제가 재판 중에만 1위 곡을 6곡이나 쓴 작곡가인데 왜 도둑질을 하겠습니까. '섬데이'의 멜로디를 부분적으로 쪼개 보면 제가 쓴 곡 중에서도 비슷한 곡이 대여섯 곡은 나옵니다. 그 부분들을 제가 과거에 썼다면 그 조합도 제게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표절 시비에 대해 작곡가나 음반 제작자 등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표절이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한 음반제작자는 "유사한 화성을 쓰다 보면 의도치 않게 부분적으로 비슷한 멜로디가 생길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표절을 피할 만큼만 특정 히트곡의 일부분을 차용하는 경우도 있어 표절 여부를 가리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