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와 (사)서울시승마협회가 뚝섬승마훈련원을 놓고 치열한 소송전에 돌입했다.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시유지를 회수해 공공승마장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이지만 승마협회는 "막대한 시설투자비를 부담한 만큼 물러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1955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승마의 메카' 뚝섬승마장에서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8년 전 협약이 화근
승마훈련원은 88서울올림픽 전 경마장을 과천으로 옮긴 한국마사회가 시에 기부채납한 부지 1만2,600여㎡를 점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1988년부터 1년여만 시승마협회에 무상사용을 허가했지만 이후에도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위탁관리계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서울숲 조성을 앞두고 도봉구 이전이 논의됐지만 2004년 무산되며 승마훈련원은 지금 자리에 남게 됐다. 그 해 9월 서울시와 승마협회는 협회가 시설을 다시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는 내용의 '시설물 개ㆍ보수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시유지 사용료나 이용기간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승마협회가 회원권을 분양해 개ㆍ보수를 마친 2005년 말 다시 사용료에 대해 논의했지만 의견차이로 결렬된 뒤 흐지부지되며 시유지인데도 토지임대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채 20년이 흘렀다.
갈등의 끝은 소송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뒤늦게 수습에 나서며 소송전이 벌어졌지만 1라운드에서는 승마협회가 이겼다. 사업소가 2007년 6월 변상금 31억원을 부과하자 승마협회는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009년 10월 재판부는 "무단점유로 볼 수 없다"며 최종적으로 승마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사업소는 지난해 말 변상금이 아닌 5년간 사용료 21억9,000만원을 다시 부과하고 묵시적 사용허가 종료를 통보했다.
시승마협회가 사용료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사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며 2라운드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사업소는 승마훈련원 소송을 중요소송으로 지정해 응소 중이다. 사업소 측은 1심에서 승소할 경우 바로 명도소송을 제기해 시유지를 되찾아온다는 계획이다.
교통정리 못한 서울시도 책임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8년 전 협약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시승마협회 전 집행부에 의해 문서가 위조됐고, 개ㆍ보수 비용 마련을 위한 회원권 분양도 불법이라 당시에 중지 공문까지 발송했다는 것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집행부의 도덕성 시비 등으로 공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승마훈련원 사용 묵인이 시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어 조속히 환수해 공공승마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승마협회는 서울시가 시설 개ㆍ보수 비용은 물론, 운영ㆍ관리 예산을 한번도 투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협회는 2005년 회원권 분양으로 생긴 부채 약 42억원을 지금까지 끌어안고 있다. 부채에 대한 담보는 승마훈련원이 유일한데 이를 내주면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는 주장이다. 이광진 승마훈련원장은 "개ㆍ보수 비용으로 28억원이 들어갔고, 7년간 운영비 12억원까지 부담했다"며 "협약 체결이나 부채 발생에는 시도 책임이 있는데 행정과오는 덮어두고 우리만 쫓아내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