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세에 맞서 재계도 반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9일 민주통합당이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 9개 입법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10일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출정식에서 경제민주화 추진을 선언하자, 재계는 사면초가 고립무원에 빠진 형국. 특히 보수성향이라 여겼고, 민주당보다는 한참 '친기업'적이라고 생각했던 박 전 위원장마저 경제민주화의 깃발을 들고 나오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실망감을 보였다.
이에 재계는 큰 흐름 자체를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 '경제민주화의 원론은 수용하되 각론에선 압박수위를 최대한 낮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가고 있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의 과잉'이 기업경쟁력과 시장경제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대응논리 개발과 확산에 주력하는 모습니다.
이와 관련, 재계의 싱크탱크로 부상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달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란 제목으로 열렸던 1차 토론회에 이은 2차 토론회로, 1차가 경제민주화 원론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날 2차 토론회는 복지 노동 교육 등 각론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에 앞서 최병일 한경연 원장은 재계가 경제민주화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경연과 재계가 마치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 자체를 삭제하려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토론회는 경제민주화가 실현 가능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이날도 정치권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노동 분야 발제를 맡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으려는 욕심에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인기영합적 행보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교육분야에서의 경제민주화는 교육받을 기회의 균등과 교육격차의 완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이를 위해 ▦사립학교의 자율성 강화 ▦대학구조조정 ▦정보공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값 등록금'과 같이 부유층까지 포함한 일괄적인 학비지원보다는 저소득층 중심의 장학제도 확충이 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들의 행태변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행태변화 없이는 반 대기업정서가 지속되고 이는 정치적 압력과 정부규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경제민주화 방안 중 징벌적 손해배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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