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준(48)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에게는 몇 가지 직함과 별명이 따라 붙는다. 전공이 외과인 의사이고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인이다. 빚더미에 앉은 병원을 여럿 회생시켜 ‘병원 고치는 의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게다가 개혁 성향의 의료전문 주간지 창간인이자 발행인이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의료ㆍ제약 분야 전문지는 60여개. 그 중 의료인들 사이에서나 관련 업계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 받는 매체 중 하나인 가 이달로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이 이사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병원부터 의사, 환자까지 모두 귀 기울이는 목소리를 내며 의료계의 ‘통섭’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앞으로도 공급자(의사)의 집단이기주의만을 대변하지 않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전문매체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시절 열혈 운동권이었던 그는 20대때인 1992년에 창간한 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약이나 치료법을 만들어 특효라며 부당 이득을 챙겨온 업자를 추적하는 ‘사이비의료’ 퇴치에 앞장 서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90년대 중반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던 천지산 사건이다. 천지산으로 완치됐다고 주장하던 암 환자들이 결국 암으로 사망해 의학적 근거가 없음을 밝혀낸 것이다.
그는 또 “각각 감기와 소화기계질환 약으로 흔히 쓰였던 페닐프로판올아민(PPA)과 시사프라이드의 안전성 논란을 집중보도해 처방 금지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의사단체장의 비리를 지목하고, 의대생을 위한 대안교육 프로그램과 자원봉사 체험캠프를 운영하며 미래의 의료인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시작한 팟캐스트는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며 “의료 현안을 집중 진단하는 ‘나는 의사다’는 매회 청취자가 5만명 정도고, ‘히포구라테스’는 사회현상을 병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프라인판은 주 1회, 온라인판은 매일 업데이트 된다.
이달은 30대에 병원 경영을 시작한 그가 명지병원을 인수한지 꼭 3년째다. 파산을 걱정하던 병원은 그가 인수한 뒤 경기 고양의 본원과 충북 제천 분원을 합쳐 올해 매출 1,300억원을 바라보는 대형병원으로 성장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한ㆍ러 합작 의료법인(명지국제검진센터)을 세우기로 계약했다”며 “국내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의 러시아 진출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국내 개원가는 지금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다. “의료 무한경쟁 상황에서 1차 의료의 성격과 기능이 달라지지 않으면 국내 개원가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경영도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기본적인 진단, 처방 반복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과 교육을 포함한 전반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전담하는 방향으로 1차 의료를 바꿔야 해요.”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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