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나고 관객들이 물어봐요. 결말이 뭐냐고요. 의도했던 거라서 아주 뿌듯하죠."
박한별(28)이 생글생글 웃는다. 계획한 대로 일이 술술 풀려 신난다는 표정이다. 12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두 개의 달'을 미리 본 관객 반응에 힘을 얻은 게 분명하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두 개의 달'이 공포보다 미스터리에 방점을 찍는 영화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깜깜한 숲 속 집 지하실에서 만난 세 남녀가 과거를 추적하면서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 영화에서 박한별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공포 소설 작가 소희 역을 맡았다.
원혼의 복수에 집착하는 상투적인 한국 공포영화와 달리 미스터리에 방점을 찍은 '두 개의 달'에서 박한별은 정체가 불분명한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데뷔 초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생각하면 '일취월장'이다.
"드라마 '다 함께 차차차'(2009)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욕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촬영장 가는 게 무섭고 막막했어요. 그러다가 촬영장에 놀러 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그 후 조금씩 생각이 정리되면서 연기를 하며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연기가 '재밌구나' 하고 느낀 건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2011)부터였어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제 모습 그대로 보여드리니 '악플'도 많이 줄더군요."
빼어난 외모는 신인 연기자에게 양날의 칼이다. 데뷔하자마자 '여고괴담 3-여우계단'(2003) 주연을 맡는 등 "연기력은 부족한데 분수에 넘치는 역할"을 잇따라 하면서 '비호감' 배우가 됐다. 무용만 하던 소녀는 연기가 낯설었고 계속되는 꾸지람에 자신감을 잃어갔다. 소속사 시키는 대로 하던 시기 "원래 한없이 밝고 말괄량이 같은 아이"던 박한별의 중심에 박한별은 없었다.
'두 개의 달'은 박한별이 출연한 세 번째 공포영화다. 데뷔작 '여고괴담 3'는 "신기한 마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영화"고, '요가학원'(2009)은 "연기자의 길을 계속 걸어야 하나 방황할 때" 찍었다. '두 개의 달'은 그에게 이전 두 작품과 다르다. "제자리를 찾은 뒤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돈도 명예도 아닌 행복이 제일 중요하다는 10년차 여배우의 "살 맛 나는" 현재가 스며 들어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