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 결정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1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5일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을 몰래 보려다 관객들에 의해 쫓겨난 데 이어 이번엔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현 위원장의 영화 관람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현 위원장의 인권의식 수준을 재는 바로미터로 용산참사를 다룰 공산이 크고 여야 정치권의 현 위원장 연임 제동 움직임이 가속화 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족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회원 등 10여명은 9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용산참사 관련 안건의 처리를 저지한 이유를 밝히고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용산 참사 당시 농성 도중 사망한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69)씨는 "3년 전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우리의 억울함을 들어주리라 기대했던 곳이 국가인권위였다"며 "그런데 현 위원장은 당시 재판부 의견 제출 건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전원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폐회시켰다"고 비판했다. 전씨는 이어 "여기에 대해서 한 마디 사과도 없던 위원장이 국회 청문회 때 '두 개의 문'을 봤느냐는 질문이 나올까 봐 몰래 영화를 보려고 한 것은 치졸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유가족 등은 기자회견 후 현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지만 인권위는 "미리 약속이 없었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인사청문위원 소속 의원들은 이날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연석회의를 열고 현 위원장의 연임 저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현 위원장은 국가인권위를 식물위원회로 만든 장본인으로 어떤 능력이나 자질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라며 "연임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간사인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이번 청문회는 검증이 아닌 낙마를 위한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굳이 (현 위원장을) 감싸고 가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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