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지어져 낡은 시설로 불편이 많았던 인천 남동경찰서 방범순찰대. 경찰청은 인천 남동경찰서 내 한 층을 빌려 쓰던 이 방순대의 숙영시설(의경들이 쓰는 일종의 내무반)을 새로 짓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 소유의 남동구 남촌동 510번지로 이전을 추진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건축 절차에 들어가려 따져보니 남동방순대가 들어가려던 남촌동 땅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었다. 이곳에 방순대 건물을 지으려면 110억원의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을 내야 해 결국 포기를 하고 이전대상을 인천 서부 방순대 숙영시설로 바꿨다. 사전에 개발제한구역인 줄도 모르고 부지를 잡은 탓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 종로 방순대 이전에는 건축 허가, 승인 절차에만 무려 다섯 달이 걸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전 부지인 안국동 일대가 건축 허가 받기가 까다로운 도심미관지구인 걸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일들이 일어난 사단은 경찰이 이전 부지가 어떤 곳인지 사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천 서부방순대는 지난해 12월 26일, 종로방순대는 지난해 11월 3일이 돼서야 공사에 들어갔다.
이러니 지난해 다 썼어야 할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을 리 없다. 인천 서부방순대는 예산 29억 200만원 중 70%인 21억 800만원을, 서울 종로방순대는 24억 6,800만원 중 80%인 19억 6,500만원을 다음해로 이월했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1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청의 '전ㆍ의경 숙영시설' 개선사업 대상 9곳 중 6곳이 이 같은 차질을 빚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경찰청이 건축허가, 소유권 이전 등 건설 사업에 필요한 행정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실제 건축이 가능한지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일단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관행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전ㆍ의경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 사업이라 최대한 예산을 많이 확보해 빨리 진행하려다 보니 일어난 일"이라며 "올해부터는 연내에 집행할 수 있는 만큼 계획을 세워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이 경찰병원의 인건비를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과다 편성해온 것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청은 경찰병원 인건비 중 2007년 24억6,000여만원, 2008년 30억여원, 2009년 7,300여만원, 2010년 7,600여만원, 2011년 26억7,000여만원을 다 쓰지 못하고 남겼다. 해마다 인건비 예산 중 평균 10%는 집행도 하지 못한 셈이다. 인건비는 예산안대로 다 쓰지 못할 경우 이월되지 않고 없어진다.
예산정책처는 "경찰청이 인건비 소요를 정확하게 따져보지도 못하면서 해마다 예산을 늘려 잡고 있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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