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 재벌 개혁 정책을 두고 강경파와 온건파의 시각 차가 크다. 정치권이 재벌의 지배구조에 손을 댈 것인지 여부가 이들 논쟁의 핵심이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경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 강경파는 사회 양극화와 불공정 거래 문제에서 재벌의 책임이 가장 큰 만큼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남경필 의원도 강경파에 속한다.
김 전 비대위원은 지난달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 참석해 "경제민주화는 시장 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느 하나의 경제 세력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는 이를 위해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환 출자는 재벌의 A계열사가 B계열사 지분을 갖고, B계열사는 C계열사를, C계열사는 다시 A계열사 지분을 갖는 고리 구조로 소유하고 지배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재벌 총수는 아주 적은 규모의 지분만으로도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강경파는 금산 분리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한구 원내대표와 최경환 의원 등은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재벌의 지배구조까지 손대는 것보다는 재벌의 불공정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건파는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 분리 강화 방안에 대해선 "실제 효과는 별로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당내에선 안종범 강석훈 의원 등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에 참여한 경제 전문가들이 온건파에 속한다.
재벌 개혁을 둘러싼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을 친박 내부의 역학 관계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이 원내대표와 최 의원 등이 4ㆍ11 총선과 박 전 위원장 경선 캠프 구성 과정에서 친박내 신주류로 부상하면서 김 전 비대위원과 이 최고위원 등 개혁 성향 인사들이 신주류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전 비대위원은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벌에 오래 종사했기 때문에 그쪽의 이해를 대변해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이 원내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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