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9일 '당내 민주주의 실종'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잇따라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박근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초반부터 "정당 독재가 미화되고 찬양되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정 전 대표는 "절대적 지분을 가진 1인자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당내 민주주의를 질식시킨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단결과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분열이 아니라 조정과 화합으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리더십이 돼야 한다" "개인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이 돼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친박계가 독점한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박 전 비대위원장이 화합의 리더십을 가졌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본인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경선 불참을 선언한 이들의 향후 정치적 진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탈당 가능성을 부정한 만큼 일단 새누리당 안에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당내 당' 역할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의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를 연결고리로 정치적 공간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향후 진로와 관련 두 가지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제일 큰 원칙은 당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당원의 도리를 다 하겠다""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 단호히 맞서 뚜벅뚜벅 저의 길을 가겠다" 등의 언급이다. 일단 당내에서 친박계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측근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정 전 대표가 앞으로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화두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기에 부합한 정치 공약을 내거는 것이 내 지지의 주요한 변수"라고도 말했다. 때문에 이 의원이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며 개헌을 위한 합종연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의사를 보일 경우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원이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어떤 것을 문제 삼아 누구를 탓하지 않겠다"며 비판 수위를 조절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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