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9일 합법체류자에게만 체류카드를 발급하는 새로운 외국인 등록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불법체류자 관리를 강화한다는 의도지만, 그들을 인권사각지대로 내모는 개악이라는 비난 여론도 거세다. 불법체류자 중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아 외교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60년 만에 외국인 등록 관련 법을 개정, 90일 이상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외국인 등록증명서를 폐지하는 대신 IC칩이 내장된 체류카드를 교부하고 있다. 체류카드 발급 장소도 기존 거주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항이나 입국관리소로 바뀌었다. 일본 정부는 발급 대상을 합법체류자로 한정해, 여권 만료기간 등이 지나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은 카드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일본 정부가 새 제도를 도입한 것은 합법체류 중인 외국인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체류상한기간이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고, 해외출장 등으로 출국할 때 필요한 재입국 허가를 별도로 받을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없이 발급해주던 외국인 등록증을 없애고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불법체류자가 설 땅이 사라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지원단체 관계자는 "체류카드가 없으면 의료, 교육 등 최소한의 행정서비스조차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난민 신청이 인정되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된 스리랑카 남성은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7일 도쿄 지요다구에서는 외국인인권법연락회 등 3개 단체 주최로 새 제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2012년 1월 1일 현재 일본 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6만7,065명인데 이중 한국인이 1만6,927명(25.2%)으로 가장 많다. 관광비자로 일본에 왔다가 유흥업소 등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본인과 결혼한 후 6개월 이내에 이혼해도 새 제도에서는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인권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교도통신은 "새 제도가 도입되면 지자체가 관리하던 주민등록원표가 사라져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불법체류자는 사회에서 사라진 존재가 된다"고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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