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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근혜, '人의 장막'을 걷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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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근혜, '人의 장막'을 걷어야

입력
2012.07.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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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오늘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5년 전 이명박의 벽에 가로막혀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두 번째로 대권 도전에 나서는 그는 감개무량할 것이다. 대통령의 딸로 18년을 보냈다. 27세의 앳된 나이에 소복을 입고 청와대를 떠났다가 이제 환갑이 돼서야 청와대로 돌아가려고 한다. 당내에는 경쟁자가 없다시피 하다. 야권 잠룡들도 고만고만해 보인다. 장외의 안철수 교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청와대 입성은 떼어 놓은 당상으로 느낄 만도하다.

오늘 또 한 사람이 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5년 전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친동생이 대통령이 됐고, 그토록 소망했던 국회의장 자리는 놓쳤지만 만사형통(萬事兄通), 거칠 것이 없었다. 여의도 정치에 취미가 없는 동생을 대신해 섭정하다시피 했다. 최측근들을 청와대의 요소요소에 박아놓고 공기업은 물론 민간부문 인사까지 주물렀다. 팔순을 앞두고 법의 심판대에 선 그의 가슴 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박근혜의 대선출마와 이상득의 구속은 여권 내부의 권력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력이 교체되고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권력은 요물(妖物)이란 사실이다. 권력이 있는 곳엔 모리배와 부나방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최고 권력에 직접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주변을 먼저 공략한다. 온갖 달콤한 말과 은밀한 유혹으로 최고 권력의 친인척 그리고 측근들을 마비시킨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권자의 가장 큰 덕목은 공정한 인사와 엄정한 주변관리다.

박근혜 전 위원장 주변과 새누리당의 행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친박 일색의 새누리당은 공당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마저도 저버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대명제인 '다수결의 원칙'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소수배려의 원칙'도 함께 숨 쉬어야 한다. 그러나 친박 일색의 당 지도부나 핵심 당직자들은 박근혜의 홍위병 역할을 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 같다. 또 새누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10명 중 5명이 박 전 위원장의 텃밭인 대구ㆍ경북(TK) 지역구 출신이다.

경선캠프 구성도 문제다. 이른바 국민행복캠프의 30명 핵심인사들 중 27명이 '늘 그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것은 별 뉴스거리도 못 된다. 이들은 경선에서 이기면 대선 선대위원으로,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권인수위원으로 그 다음에는 정권의 핵심 엘리트로 활약할 인물들이다. 그런데 박근혜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로봇 같다는 인상을 주고도 남는다. 박 전 위원장의 용인술이 박정희 대통령의 '분리통치 용인술'과 같다느니, 때로는 나도 신비감을 느낀다느니 남세스런 말도 서슴지 않는다.

보다 심각한 것은 박 전 위원장이 비서정치의 폐단에 대해 인식이 부족해 보이는 데 있다. 박근혜의 보좌관, 비서관들이 웬만한 국회의원들을 이리저리 부릴 정도로 막강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내시가 승지보다 세고, 승지가 정승, 판서보다 세다는 옛말이 있다. 물론 그러니까 망했다는 뜻도 내포한다. 일단 편하니까, 무슨 말을 해도 군소리가 없으니까 비서들을 중용하다보면 권력자는 '인의 장막'에 갇히게 되고 결국 세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마천의 <사기> 에 교훈이 있다. 귀족 출신에 교양과 세력 또한 압도적이었던 항우가 왜 성도 이름도 분명치 않은 촌뜨기 유방에게 졌는가. "항우는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오직 항(項)씨 일가나 처남들만 총애하고 신임한다." 2,200년이 지난 요즘말로 풀자면 '고소영, 강부자, S라인'으로 인사를 하면 결국 국정이 엉망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조금 더 풀어보자면 '친박 직계, 비서정치, TK일색'으로는 대통령이 되기 쉽지 않고, 설사 되더라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 십상이라고 해석하면 틀림없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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