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목적으로 거래되는 이른바 '무자료 유류' 유통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고 돈을 챙겨온 일당이 징역형과 함께 수백억원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통상 벌금을 못내 노역장에 유치될 경우 하루 5만원 선으로 일당이 책정되나, 이들은 벌금 총액이 560억원에 달해 하루 노역 수당이 1억원으로 정해졌다. '일선 주유소-유류 딜러-딜러 총책'으로 구성된 무자료 유류 유통조직의 꼭대기에 위치한 만큼 중형이 선고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최동렬)는 소위 '폭탄업체'를 통해 유류 거래자료를 꾸며낸 뒤 2,000억원어치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시중 주유소에 발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로 기소된 폭탄업체의 실제 운영자 차모(44)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410억원, 바지사장 박모(42)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5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차씨 등이 무자료 유류를 유통시키면서 이를 정상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금융 거래내역 등을 조작, 실물거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정부에 제출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 같은 범행은 유류의 정상적인 유통을 방해하고 조세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바지사장 박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재산상태에 비춰 볼 때 사실상 벌금 납부가 어려워 노역장 유치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징역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차씨는 세무조사 조짐이 보이는 즉시 폐업시키는 이른바 '폭탄업체'를 여러 곳 차명으로 만든 뒤, 이 업체들 간의 가상 유류 거래내역을 조작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었다. 가짜 세금계산서는 시중 주유소들이 탈세 목적으로 유류 딜러들과 면세유나 유사석유, 덤핑물량 등을 거래할 경우 무자료 거래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용됐다. 차씨 일당은 세무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돈을 송금해 금융기록을 남긴 뒤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을 동원했으며, 이렇게 만든 가짜 세금계산서를 무자료 유류를 매매하는 주유소 수십 곳에 발급해준 뒤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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