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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우적강남(隨友適江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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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우적강남(隨友適江南)

입력
2012.07.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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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들 한다. 정말 세 번의 기회가 오는 것인지, 혹시 왔는데 모르고 지나친 것은 아닌지, 또는 아직 한번도 오지 않은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많다. 기회를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반면 일찍이 기회를 잘 잡아 크게 성공한 경우도 많다. 김연아나 박세리는 어린 시절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 젊은 시절에 이미 일가를 이뤘다. 소녀시대 등 연예계 아이돌들도 그런 범주일 것이다. 물론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 세 번의 기회를 부모, 배우자, 친구로 꼽는 이들도 있다. 첫 기회는 부모를 잘 만나 좋은 유전자나 재산, 재능을 물려받는 것이다. 잘 생긴 배우나 재벌, 정치인 2ㆍ3세 등이 해당된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와 달리 배우자는 좀더 현실적으로 꿈꿔볼 수 있는 기회다. 대개 여성들이 꾸는 신데렐라 신드롬 같은 것인데, 힐러리를 만난 클린턴 전 미 대통령처럼 반대경우도 많다. 두 기회 모두 끊기 힘든 하늘의 인연이어서 웬만하면 평생 수혜가 지속된다.

■ 주로 학연이나 지연, 사회생활 등으로 얽힌 친구(주변인물)도 잘만하면 인생의 큰 기회가 된다. 수우적강남(隨友適江南), 즉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대박이 터지는 경우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맺은 친구의 연으로 한 발씩 늦게 똑같은 출세의 궤적을 밟아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재야변호사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쳐 급기야 유력 대통령후보로까지 부상한 문재인 의원도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기회 때문에 불행해지기도 한다. 로또 당첨이나 젊어서의 성공이 도리어 이후 인생을 망치게 하는 경우다. 이런저런 기회를 잘 만나 부러움을 사던 권력자의 핏줄, 측근, 지인들이 매 정권 말기마다 추락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기회가 없었다면 아예 재앙도 없었을 것이다. 예외 없이 이명박 정권에서도 한 시절 호가호위하던 실세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걸 보면서 "기회가 없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 이들도 많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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