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여러 가지 변화 가능성에 대한 후속 대안을 논의했다. 최근 글로벌 변수들이 상당히 변화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김중수 한은 총재의 언급이다. '금리 정상화'만 강조하던 기존 입장과는 분명 달랐다.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선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이 금리 인상에서 인하 쪽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7월 금통위(12일)를 나흘 앞둔 8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잔뜩 무르익고 있다. 중국과 유럽이 동시에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조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 우리 경제 역시 당초 기대했던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 대신 '상저하저(上底下底)'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 4년 만에 장기금리(6일 3년 국고채 3.23%)가 단기금리(기준금리 3.25%)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더불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1년째 금리 동결 행진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관심 밖에 뒀던 금통위에 시장은 다시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당장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적어도 인하 시그널은 한층 강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7월 금통위에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8월 금리 인하를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며 "7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만장일치냐 아니냐가 향후 금리 방향을 예측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보다 분명한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달에 포석을 깐 뒤 8, 9월께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건 가계부채 때문이다. 이미 900조원을 넘어 언제 폭발할지 모를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려 빚을 더 늘리는 정책을 펴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한은에겐 적잖은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형 동양종금 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곧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자산가격 급락 조짐이 보이거나 시중 유동성의 경색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신중론을 폈다. 오석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경기지표가 급락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연말까지 금리 동결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평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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