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시스템ㆍ통합ㆍ구축)분야에서 처음으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I 업체인 SK C&C를 부당지원한 SK텔레콤 등 SK그룹 7개 계열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46억 원을 부과했다. 이들 계열사는 SK C&C에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일감을 몰아주고 업계 관행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7개 계열사들은 인건비 단가를 SK C&C에 9~72% 높게 책정하고 전산장비 유지보수율을 다른 계열사보다 20% 많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경쟁입찰이 아닌 5~10년의 장기 수의계약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 점도 지적됐다. 그 결과 7개 계열사에 손해를 끼치고, SK C&C와 대주주인 총수 일가는 배당과 주가상승 등의 이익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SK C&C의 총수 일가 지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44.5% 등 총 55%에 달한다.
공정위가 SI 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 기업이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고 오너 2세들이 주요 주주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SI 업계 1, 2위는 삼성SDS, LG CNS이며 이번에 적발된 SK C&C는 3위다. 이들 기업 모두 오너 일가와 관계자들이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07년에는 물류분야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글로비스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과징금 623억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대기업간 내부거래는 이처럼 시스템통합(SI), 물류는 물론, 광고, 건설 등의 분야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 분야에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계열사 20곳의 매출액 중 70% 이상이 내부거래로 발생했고, 이중 88%가 수의계약이었다는 공정위의 조사결과도 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는 유사 업종의 중소기업에게 입찰 기회를 박탈하는 반시장적 행위다. 또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이 부당하게 주요 주주들의 혜택으로 돌아가고, 결과적으로 편법증여 등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당국의 철저한 상시 감시와 차단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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