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래잡이 재개를 선언,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고래 불법포획이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8일 드러났다.
IWC가 최근 공개한 '불법포획'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9개 회원국이 보고한 규정위반 사건 23건 중 21건이 울산 앞바다 등 우리나라 근처 해역에서 발생했다. 이밖에 미국(알래스카)과 덴마크(그린란드)가 각 1건씩 불법포획을 저질렀다. IWC는 가입국에 각자의 사법 관할구역 안에서 고래 포획과 관련한 법규 위반이 적발되면 사건 정황과 처벌 내용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울산 앞바다에서 어선 네 척이 함께 움직이면서 작살을 이용해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했다. 어선들은 이 기간 5∼8년생 밍크고래 여덟 마리를 잡아 선원 8명이 징역, 벌금형 등을 받았다. 또 다른 어선 네 척도 4∼7월 울산 앞바다에서 같은 방법으로 고래 9마리를 불법 포획하다가 적발돼 선원 14명이 징역이나 벌금형,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경북 영덕과 전북 군산 인근 해상에서도 고래를 불법포획한 선원들이 적발돼 처벌받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이 불법포획한 고래 21마리는 모두 밍크고래다.
IWC에 보고된 나머지 법규위반의 경우 생계형 포획이 허용된 그린란드에서 한 주민이 어종보호를 위해 포획이 제한된 최소 몸길이 15.2m보다 1m 가량 작은 고래를 잡은 사례 등 실수에 가까운 경우였다. 일부러 작살을 던지는 등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고래를 잡는 사례는 한국 외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한국이 '불법포경국'의 오명을 쓰게 된 이유는 전세계에 고래를 잡으려는 나라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생계형 포경을 하는 미국(알래스카)과 덴마크(그린란드), IWC의 상업포경 유예결정에 반발해 고래잡이를 계속하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이번에 한국이 시도하는 것처럼 과학 목적의 포경을 허가받은 일본 정도가 전부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통적인 포경국가들은 대부분 IWC가 상업포경을 유예하기로 한 이후 고래잡이를 포기한 대신 관광에 활용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은 포경을 정부가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통상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국제사회의 반대의견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포경 재개는 고래에 의한 어획량 감소 등 어민 피해를 과학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종 재개 여부는 내년 7월 IWC의 검토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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